아이 가방에 넣은 녹음기…대법 "아동학대 증거능력 없어"
[앵커]
학교 가는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교사의 발언을 녹음했다면 형사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은 위법한 증거라고 확인한 것인데요.
대법원의 판단은 교육 현장과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정래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2018년 학부모 A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전학 간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다고 의심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아이가 선생님이 다소 심한 말을 한다고 말한 겁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A씨는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수업 중 교사의 발언을 녹음했습니다.
녹음기엔 친구들 앞에서 아이를 '애정결핍'이라고 지적하거나, 따돌림을 조장하는 정황도 들어 있었습니다.
A씨의 신고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원심은 교사 발언이 아이에게 상당한 모멸감이나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A씨가 제출한 녹음파일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 판단의 핵심 증거로 활용됐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교사의 교실에서의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해,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그 녹음파일 등은 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판결은 유사 아동학대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에 대한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부모가 몰래 녹음한 수업 내용이 증거로 제출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만을 문제 삼았을 뿐 유무죄를 판단한 것은 아니어서, 다른 증거를 통해 유죄가 입증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정래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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