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의 겹 화폭에…박수근 회고전
[앵커]
전쟁과 가난으로 고단했던 삶의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국민화가' 박수근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습니다.
대표작 '나무와 두 여인'을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입니다.
박효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지난날 어두운 단칸방에서 본 한발의 고목, 그러나 지금의 나에겐 웬일인지 그게 고목이 아니라 나목이었다.'
박완서 작가의 장편 소설 '나목'에서 묘사하고 있는 박수근 화가의 대표작 '나무와 두 여인'입니다.
이파리 하나 없이, 앙상하게 마른 나무를 배경으로 아기를 업고, 짐을 인 두 여인의 그림에는 전후 서민들의 삶을 바라본 따뜻한 시선이 담겼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박수근 첫 회고전에는 최근 기증받은 '이건희 컬렉션' 31점을 포함해 174점이 전시됐습니다.
독학으로 그림을 그린 어린 시절부터, 생계를 위해 미군 PX에서 싸구려 초상화를 그리던 시절, 창신동에 정착한 이후의 삶 등 50년 생애를 따라갑니다.
주류 화단과 거리를 뒀고, 가난을 등에 업은 불운한 화가가 아니라 자신의 꿈을 당당히 펼쳐간 작가 박수근을 재조명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현대 추상화를 향한 화단의 움직임에도 꿋꿋하게 주변 풍경을 그린 작가의 생애는 자칫 예술과 반대돼 보이는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했지만 어려운 여건에 좌절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꿈을 일궈낸 성실함과 평범성이 가진 힘, 설득력 이런 것들에 공감한다면 좋겠습니다."
박수근 작고 이후에야 작품을 다시 봤다는 박완서 작가의 고백처럼, 관람객들도 '국민화가' 박수근을 다시 발견할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박효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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