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된 아기가 박스 안에서 울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탈출하기 위해 카불공항으로 몰리면서 부모와 생이별을 하게 됐습니다.
탈레반을 피해 도망치려다 공항 주변에서 사망한 이들만 최소 12명으로 알려졌는데요.
생지옥이 따로 없는 카불 상황 김윤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새벽녘 카불 공항 인근.
철조망 너머 활주로로 들어가려는 주민들을 향해 총소리가 들립니다.
공항은 미군 통제하에 있지만, 공항으로 가는 길이 첩첩산중입니다.
[현장음]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탈레반이 온다고요!"
엄마는 젖먹이를 힘껏 안아 철조망 안으로 넘겨보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7개월 된 아기는 플라스틱 통 속에 홀로 남겨졌습니다.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습니다.
미 공군 수송기에 매달렸다 추락해 사망한 희생자 2명이 홀어머니와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어린 형제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탈레반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지금까지 12명이 총격이나 압사로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이 공항 진입로마다 검문소를 세우고 탈출 행렬을 막는 탓에 외국인들의 출국도 여의치 않습니다.
[마크 밀리/미 합참의장]
"미국은 탈출을 원하는 사람들이 공항에 도착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탈레반을 피해 아랍에미리트로 도피한 가니 대통령은 "카불에 남았다면 교수형을 당했을 것"이라고 말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2천억 원을 들고 도주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습니다.
[아슈라프 가니 /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한 벌의 전통 의상과 조끼, 그리고 신고 있던 샌들 밖에 가져온 것이 없습니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를 구성하겠다"던 탈레반은 "아프간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며 사흘 만에 말을 바꿨습니다.
여성의 교육 문제와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의상인 '부르카' 착용 여부는 전적으로 이슬람 율법학자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아프간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김윤수입니다.
[email protected] 영상편집: 유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