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 박종철 열사의 31주기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최근 흥행한 영화 '1987' 로 고문치사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추모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습니다.
박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눈 덮인 동생의 묘에 형은 덤덤하게 소주를 올립니다.
혹한의 계절은 또다시 돌아왔지만, 사진 속 동생은 여전히 22살 앳된 대학생입니다.
[박종부 / 故 박종철 열사 형 : 한 30년 모질게 싸우다 보니 이제 조금 막내한테 덜 미안해지려나….]
고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식에는 유가족은 물론, 고문치사 사건 축소 조작을 폭로한 이부영 전 의원을 포함한 사건 관련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영화 '1987'로 최근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여느 때보다 추모의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김상준 / 故 박종철 열사 친구 : (영화를 보고 나서) 파카를 하굣길에 걸인한테 서슴없이 주었던 다정한 모습들, 좀 개구쟁이였던 모습….]
박 열사가 고문을 받고 숨진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에서도 고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헌화 물결이 이어졌습니다.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진 동판이 세워진 골목길 입구.
박종철 열사가 살았던 서울 신림동 하숙집 골목이 고인의 이름을 딴 거리로 재탄생한 겁니다.
[박현주 / '관악 민주주의의 길' 추진위원 :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온 게 아니라 많은 분의 희생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31주기를 앞두고 이 골목길에 모인 유가족, 지역 주민 등 수백 명은 생전 박 열사가 좋아했던 '그날이 오면'을 함께 불렀습니다.
[박은숙 / 故 박종철 열사 누나 : 1987년도에 이런 화려한 거리였다면 새벽에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는 일이 없었을까 해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추운 날씨에도, 영원한 20대 청년이 남긴 민주주의의 불씨는 시민의 가슴속에서 타올랐습니다.
YTN 박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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