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이어진 아픔…가덕도 외양포 마을 주민들 또 쫓겨나나
[앵커]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지 내에는 외양포 마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러일전쟁 때 이곳 주민들은 일본군에 의해 쫓겨났고, 40년 뒤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땅은 국가에 귀속됐는데요.
신공항 건설로 마을 주민들은 또 다시 고향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을 고휘훈 기자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기자]
부산 가덕도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자리 잡은 외양포 마을.
30여 가구 주민 80여명이 살고 있는 이 작은 마을은 아픈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한일병합을 6년 앞둔 1904년, 러일 전쟁이 발발하자 일본군이 군사거점을 위해 이곳 외양포마을 주민 60여가구를 쫓아내고 포대를 세운 겁니다.
40년간 이어진 무단점거, 1945년 8월 광복이 되어서야 일본군은 물러났습니다.
쫓겨난 이들과 인근 마을 주민들이 일본군이 머물던 막사에 거처를 마련해 하나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4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면서 땅의 소유권은 쫓겨난 주민들이 아닌, 국가에 귀속되었습니다.
"그때 일본 사람들이 여기 들어와서 일부는 여기서 노동하고, 일부는 쫓겨 나가고…해방되고 돌아오니까 일본 사람이 없으니까 우리 한국 사람이 여기 살았는데 그때부터는 국방부에서 관리하고 했는데…"
마을 주민들은 국가를 상대로 지속해서 땅의 소유권을 돌려달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증명할 만한 문서 등이 존재하지 않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머물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던 주민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 개발 부지에 외양포 마을이 포함되면서 또다시 마을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 겁니다.
땅에 대한 보상은 고사하고, 100년 정도 된 가옥들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측정될지도 의문입니다.
"우리는 진짜 죽으러 갑니다. 나가면 죽습니다. 집이 있습니까, 돈이 있습니까. 아무것도 없잖아요. 할머니들이 무엇이 있습니까."
마을 주민들은 난생처음으로 플래카드를 만들어 마을 주변에 걸었습니다.
100년 넘게 이어진 설움을 조금이나마 표현해보기 위해섭니다.
"주민들의 억울함을, 역사적인 억울함을 일제시대 때 억울함도 있지만, 그때 했던 마을 사람의 억울함도 한 번쯤 국토부나 국방부가 이해해주시고 억울함을 풀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연합뉴스TV 고휘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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