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꿈을 갖고 수년 전에 분양을 받았는데 정작 입주를 해보니 아파트 바로 옆에 산 비탈면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면 황당하겠죠.
비나 눈이 오면 산사태라도 날까 입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윤해리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2년 전 서울 서초구에 있는 도시형 생활 주택을 분양받은 A 씨는 창문 밖을 내다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바로 옆에 떡하니 자리 잡은 흙 산 때문입니다.
홍보물에는 정원으로 표시돼 있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습니다.
시뻘건 토사가 그대로 드러나 손으로 살짝 만지기만 해도 흙과 돌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익명 / A 씨 : 공급면적 25평 기준으로 13억 원 넘게 분양했거든요. 사실 집을 소유한 분들도 위험하지만, 전세도 2년을 살아야 하는데 비가 많이 오면 안전 문제가 있어서 전세를 안 들어오려고 하시거든요.]
거실 베란다와 산 비탈면이 맞닿아 있는 저층 세대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이면 창문으로 토사물이 쏟아질 우려도 큽니다.
1층 세대 거실 창문에서부터 불과 3m 정도 떨어진 이곳에는 산 비탈면이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주택건설기준규칙은 건축물이 비탈면과 맞닿아 있을 경우 건축물이 비탈면의 높이 만큼 떨어져 있도록 하고, 수해 방지를 위해 나무와 잔디를 심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구청으로부터 준공 인가 전 사용 허가를 받아 지난해 말부터 이미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입주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조합과 시공사는 뒤늦게 사유지라 손을 댈 수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조합에서 공사 초기 사유지를 매입하려 했지만, 소유주가 불분명해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겁니다.
구청도 부랴부랴 조치를 취했습니다.
서초구청은 시공사가 허가 없이 무단으로 형질을 변경하고 나무를 잘라냈다며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습니다.
또 시공사와 조합에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를 막기 위해 옹벽과 배수로를 추가 설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YTN 윤해리입니다.
촬영기자 : 윤원식
그래픽 : 홍명화
YTN 윤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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