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시원한 필체의 묵서를 보고 계십니다.
왼쪽 아래 손바닥 도장, 짐작이 가시죠.
용호지웅세 기작 인묘지태. 해석해보자면, "용과호랑이의 웅장한 형세를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의 모습에 비견하겠는가" 라는 뜻을 담고 있고요,
좌측에는 경술년(1910년) 3월에 뤼순 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 서'라고 쓰여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날이 3월 26일.
사형 집행 전에 쓴 묵서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쓴 이 유묵, 그동안 일본의 한 개인이 소장하고 있었는데요, 어제 열린 서울옥션 12월 경매에서 19억5천만 원에 낙찰되면서, 11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안 의사의 유묵이 국내 경매 시장에서 거래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 낙찰가, 최고가 기록입니다.
또 하나를 볼까요?
지금 보고 계신 이 붓글씨,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경술국치를 주도한 인물 이완용의 글씨입니다.
당대의 명필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글씨는 일본 왕을 찬양하거나 3.1운동에 대한 경고문을 작성하는 데 사용되죠.
이완용의 붓글씨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역사 수집가 박건호 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이완용의 글씨는 40만 원을 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못나고 아픈 역사도 역사"라며 소장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가격을 단순 비교만 해보더라도 5천 배 정도 차이가 나네요.
왼쪽의 안중근 의사 유묵이 더 빛나 보이는 이유, 19억5천만원과 40만원이라는 가격 차이 때문이 아니라 숫자로 비교할 수 없는 나라에 대한 정반대의 신념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일 겁니다.
YTN 나경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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