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에 내린 폭우로 인명피해도 잇따랐지만, 농작물 피해도 심각합니다.
이번 폭우로 충남 지역에서만 농경지 만여 ha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한해 농사를 접을 처지에 놓인 농민들은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김태원 기자가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푹푹 찌는 한여름 비닐하우스에서 남성이 수박을 한가운데로 던져 넣습니다.
무르고 터져서 팔지 못하는 것을 버리기 위해 모아놓고 썩히는 겁니다.
어느새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됐고, 입에서는 한숨만 나옵니다.
지난 폭우로 비닐하우스가 온통 물에 잠기면서, 다 자란 수박들이 죽어버렸습니다.
출하를 코앞에 둔 여름 수박을 모두 버리는 농부의 마음은 미어집니다.
[이원재 / 충남 부여군 규암면 : 새로 농사를 못 해요. 땅에 (물이) 다 흠뻑 들어가서 한 달은 말려야 해요. 지금 걱정이에요,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침수된 이곳 비닐하우스 바닥은 마치 갯벌처럼 변해서 발을 내딛기가 힘들 정돕니다.
단단했던 수박도 물에 젖어 썩으면서, 이렇게 손으로 잡으면 금세 문드러져 버립니다.
출하를 불과 하루 앞뒀던 애호박이 지금은 말라비틀어져 형체도 안 보일 정도입니다.
전부 걷어낸 뒤 다시 농사를 짓더라도, 들어찼던 오수 때문에 좋은 작황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천춘기 / 충남 부여군 규암면 : 병충해는 이렇게 되면 아주 많아지는 거에요. 깨끗한 물이 들어오는 게 아니고 오수, 썩은 물이 다 오잖아요.]
근처 청양군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폭우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빗물이 천장까지 들어찼던 비닐하우스는 위로는 뼈대만 남았고 아래는 아직 물바다입니다.
한 농민은 인근 축사에서 죽은 가축이 빗물에 실려 자신의 멜론밭까지 굴러들어왔다며 군청 관계자에게 하소연합니다.
[장호원/ 충남 청양군 청남면 : 저는 저게 1년 먹고 사는 제 생계에요. 올해 저거 복구해서 농사지을 수 있어요? 군수님이 돈 주실래요, 먹고살 돈? (사체 수거) 좀 해달란 말이에요, 해달라고!]
애써 키운 농작물을 버리는 것도 마음 아프지만, 무엇보다 시설이 언제 복구될지도 알 수 없다 보니, 그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라고 농민들은 말합니다.
[김종덕 / 충남 청양군 청남면 : 올해 다시 농사짓는 건 불가능하죠. 참담하죠, 상황이. 농사 포기하시는 분들도 더러 생길 ... (중략)
YTN 김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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