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겹악재에 타개책 빨간불…암초 만난 '거야' 리더십

연합뉴스TV 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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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겹악재에 타개책 빨간불…암초 만난 '거야' 리더십

[앵커]

겹악재에 둘러싸인 거대 야당이 혁신위원장 낙마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거듭되는 위기 상황에, 계파 갈등과 함께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는데요.

'진퇴양난'에 처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른 모습입니다.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오늘은 한가지 사자성어로 문을 열어봅니다.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기울어가는 것을 바로 세운다는 뜻인데요.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취지에서, 흔히 알려진 '전화위복'(轉禍爲福)과도 유사한 의미로 쓰이곤 합니다.

설화 논란부터 검찰 수사까지, 내·외부적 요인으로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기 앞에 여야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이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어느 때보다 '부위정경'의 해법이 절실한 상황인데요.

특히 겹악재에 직면한 거야(巨野)의 고심은 깊어 보입니다.

이재명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더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친명계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 등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위기의 타개책으로 빼 든 카드는 혁신위원회.

"명칭,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입니다."

지난달 14일 쇄신 의원총회에서 혁신기구 구성을 결의한 데 따른 것으로, 당 쇄신을 이끌 수장에 눈길이 쏠렸습니다.

위원장에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초대 상임위원을 지낸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선임됐는데, 곧바로 과거 SNS에 올린 글들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천안함 자폭설'이나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선 개입설 등입니다.

국민 정서와 괴리된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이 이사장은 결국 9시간 만에 자진 사퇴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역사 앞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저로 인해 야기된 이 상황을 매듭짓겠다"고 사의를 밝혔습니다.

장고 끝에 오히려 악수(惡手)를 뒀다는 당내 지적 속에, 화살은 이 대표를 향했습니다.

쇄신의 첫 단추인 혁신위원장 인선이 일단 무위(無爲)로 돌아가면서 민주당은 또 다시 내홍의 늪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인선 발표 하루 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이사장 임명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안 유지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부 검증의 시간이 불충분했던 만큼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가 충분한 검증 없이 사적 인선을 강행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급기야 퇴진론까지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반면 친명계에선 위기를 가중시키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선을 그으며, '이재명 쫓아내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계파 갈등이 재연되고 파문이 확산하자 이 대표는 '무한 책임'을 거론했습니다.

"결과에 대해서는 언제나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하는 일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방식에는 말을 아낀 채, 이후 '더 나은 혁신'이라는 원론적 입장으로 갈음했습니다.

한편 이 이사장 관련 해명 과정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향해 '무슨 낯짝',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 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연이은 사과로 수습에 나섰습니다.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을 비롯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모든 분들에게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의힘은 국회 윤리위에 권 수석대변인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고 이 대표를 향해서도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본격적인 혁신의 닻을 올리기도 전 위기를 맞은 이 대표의 리더십이 과감한 쇄신을 이끌 수 있을지, 아직은 의구심도 흘러나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선 혁신위의 역할과 성공 조건에 대한 저마다의 분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질곡의 한국 정치사에서 혁신위는 각 정당의 위기 때마다 단골 기구로 소환되곤 했는데요.

성공의 방정식으로서 회자되는 몇 가지 열쇳말이 있습니다.

계파에 휘둘리지 않는 강단 있는 인사와 전권(全權) 부여 그리고 결연한 추진력입니다.

민주당 내에선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 혁신위' 사례를 염두에 둔 언급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에 선출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두 달 만에 치른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퇴진 요구에 직면했습니다.

돌파구로 택한 건 혁신위.

문 전 대통령은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위원장에 임명했고,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로 임하겠다"며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참으로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 당 대표님과 혁신위원들께서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함께 해주실 때만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고…"

혁신위는 모두 11차례에 걸쳐 '시스템 공천'의 근간을 만들었고 사무총장제 폐지 등 굵직굵직한 내용을 당헌·당규에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계파와 패권은 없다"는 출범 일성과 달리 활동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이어지고, 혁신위가 이 같은 양상을 부추겼다는 지적 역시 나오기도 했습니다.

여야 할 것 없이 그동안 대다수의 혁신위는 '용두사미'(龍頭蛇尾)로 소리 소문 없이 막을 내린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위원장을 비롯한 구성 문제부터 계파 갈등, 지지부진한 혁신안, 또는 변화를 거부하고 구태로 회귀하는 습성 등 다양한 난관이 상존했기 때문입니다.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의 대결을 그린 대하 소설 '초한지'에서 소위 '흙수저'였던 유방은 '금수저'였던 항우로부터 결국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유방과 항우의 리더십이 비교되곤 하는데요.

자신을 과신했던 항우와 달리 유방은,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고 신뢰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였습니다.

자신을 낮추고 희생하는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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