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여권, 지지율 붕괴 빨간불…민심 회복 대책은
[앵커]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체 상태가 이어지며 위기의식도 고조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국정 운영과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도 여권 안팎에서 분출하고 있습니다.
최지숙 기자가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아주 오래 전 짧은 이야기 하나로 문을 열어봅니다.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의 요체를 묻자 공자는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백성의 신뢰인데요. 공자는 그 중에서도 으뜸은 백성의 신망을 얻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선 바로 이 국민의 신망을 수치로 파악할 수 있게 됐는데, 여론조사에 따른 지지율입니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도 20%대 국정수행 지지율이 반등의 조짐을 보이지 않자,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달라졌습니다.
휴가에서 돌아온 윤 대통령은 복귀 일성으로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했습니다.
"국정 동력이라는 것이 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습니다."
윤 대통령은 '낮은 자세'를 강조하며 수 차례 '국민'을 언급했는데요.
'지지율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던 한 달 전과는 확연한 온도차를 보인 것입니다.
학제개편 졸속 추진 논란에 휩싸인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같은 날 자진 사퇴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첫 사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취임 전부터 자질 논란을 빚어왔음에도 임명을 강행했던 만큼 사실상의 경질에도 '만시지탄'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지지율 하락세의 배경으로는 인사 논란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민생 현장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렇다 할 정책 비전을 내놓지 못한 데다, 크고 작은 구설도 한 몫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이른바 '내부 총질' 문자 파동에 이어 최근에는 위기 대응방식이 입길에 올랐습니다.
기록적 호우 속에 윤 대통령이 자택에서 휴대전화로 재난 상황을 지휘했다고 알려지면서 이른바 '폰트롤타워' 지적이 나온 것입니다.
"전화 통화로 무엇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대통령이 이재민이 돼 버린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대통령실과 여당은 재난 상황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호우 피해를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정치 공세를 멈추고 호우 피해 대처 및 복구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비 온다고 퇴근을 안 하느냐'는 시민사회수석의 발언과 일가족 참변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의 사진이 국정홍보에 사용된 점 등 대통령실을 향한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여권에서도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실 참모진과 내각에 대한 쇄신 필요성이 재차 흘러 나오면서, 대통령실은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선 상태입니다.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 해야 할 여당도 혼란상은 마찬가지입니다.
현직 당대표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 후 국민의힘은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맞았지만 이마저 흔들리며, 다급히 당 쇄신에 들어갔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속전속결로 비대위 전환을 위한 당헌 개정과 비대위원장 임명 절차가 진행됐고, '주호영 비대위'가 지난 9일 닻을 올렸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정상적인 지도체제를 구축해 당의 리더십을 조기에 안정시키는 일입니다. 당원들의 중지를 모아 결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안으로는 비대위의 성격과 인선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밖으로는 이준석 대표와 그 지지층의 반발이 가시화한 상태입니다.
"비상식적인 비대위에 반대하는 많은 시민들의 탄원서를 모아서 2022년 8월 12일 서울 남부지방법원 담당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주호영 비대위'는 여권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 수해복구 자원봉사에 나섰지만, 여기서도 뜻하지 않은 실점을 추가했습니다.
김성원 의원의 실언이 도마에 오른 것인데요.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
여야 할 것 없이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며 김 의원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논란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위기 속에, 이대로는 단기간 내 지지율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여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역대 정부 역시 요동치는 민심 앞에 속앓이를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1년 만에 탄핵 정국을 맞았지만, 오히려 탄핵 역풍으로 지지층이 결집하며 지지율은 60%대까지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정책 실패에 다시 20%대로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병 파동 여파로 지지율이 급락하더니 2008년 2분기에는 20%대 초반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대대적 인사개편을 카드로 꺼내들고 반등을 모색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초 윤 대통령처럼 인사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는데요, 국정운영 방식을 전환해 2013년 3분기에는 60%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렸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말 20%대 지지율을 보였지만 '콘크리트 지지층'을 갖고 있던 만큼 평균 50%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전통 지지 기반이 약한 윤 대통령이 지지율 누수를 돌파할 열쇠는 결국 쇄신과 정책 혁신으로 귀결될 듯합니다.
언제 터질지 모를 젠더, 세대, 지역 그리고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주요 난제입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뚝심의 승부사로 불려왔던 윤 대통령이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국민의 신망을 되찾을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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