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지지율 하락 속 '태풍의 눈'…與 권력구도 향배는
[앵커]
집권 두 달 만에 여권의 지지율이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 국정운영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여권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데요.
원인과 현 상황을 최지숙 기자가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세계적 경제 위기와 북한의 도발, 엄중한 대내·외 환경에서 출항한 윤석열호(號)가 닻을 올린 지 정확히 두 달이 됐습니다.
그런데, 정권 초반 지지율 추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의 동반 하락세가 이어지는가 하면,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데드 크로스' 현상도 벌써 나타난 겁니다.
정권 출범과 함께 이뤄진 청와대 전면 개방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달아오른 분위기 덕분에, 국민의힘은 지난달 지방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뒀습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지만, '허니문' 기간은 예상외로 금세 막을 내렸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 부분은 인사 문제입니다.
초대 내각에서 윤석열 정부는 이른바 '서오남', '서울대·50대·남성' 편중 인사로 지적을 받았습니다.
특히 주요 보직마다 검찰 출신을 기용하면서, 검찰 편중 인사 논란도 일었습니다.
다양성 부족 지적에 여성 장관 후보자 발탁 등 궤도 수정에 나섰지만, 이번엔 부실 검증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전력과 갑질 의혹에도 임명을 강행했고,
"임명이 늦어져 언론에, 야당에 공격받느라 고생 많이 했습니다. 소신껏 잘하십시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으로 선관위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하자 자진 사퇴했습니다.
정호영·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만 두 명이 연달아 낙마해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복지 사령탑 자리는 아직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 회견, '도어스테핑'에서 지지율 하락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습니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고…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된다는 그 마음만 갖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에도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요동치는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뜻이지만, 국민은 신경 쓰이는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민생을 챙겨야 할 집권 여당의 내홍입니다.
두 차례의 전국 단위 선거가 끝나자 이준석 대표와 신흥 권력인 이른바 '윤핵관'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 올랐습니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우크라이나행에 나서며 혁신위원회를 띄우자, '자기 정치를 한다', '사조직이다' 등의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하더니, 거친 설전이 오가고, 최고위 파행도 이어졌습니다.
이 대표가 배현진 최고위원의 악수를 거부하고 이후 배 의원은 최고위를 보이콧하는 등 양측 간 신경전이 오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친윤'으로 꼽히는 박성민 비서실장이 지난 달 30일 사퇴하며, 사실상 '윤심'이 이 대표를 떠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이 대표는 이 대표대로 고위 당정협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공약 불이행을 지적하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내비쳤습니다.
"민생을 살피는 세밀한 이야기가 정부 출범 이후 다소 전달이 부족했던 것을 반성하고 따뜻한 보수의 가치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표를 둘러싼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당 윤리위의 징계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전운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윤리위는 이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현직 당대표 초유의 사태입니다.
"당원권 정지 6개월을 의결했습니다.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준석 대표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출석 전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의혹 폭로에 '윗선'이 개입했다는 한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설움이 북받친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스테로이드 먹어가며 몸이 부어서 여기저기서 왜 이렇게 살이 쪘냐고 놀림까지 받아 가면서 선거 뛰는 시기 동안에도 누군가는 선거 이기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생각했나 봅니다…"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임기 완주 의지를 밝혔지만, 이미 한 편에선 비대위 체제 전환이나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 대표 징계가 확정 수순에 들어가면, 차기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여권의 권력구도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당분간 당내 분열상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밖으로는 거대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개혁 과제를 완수해야 하지만 이 역시 여야 이견으로 멈춰 있습니다.
경제부터 안보까지 산적한 현안을 눈앞에 두고 잡음과 반목이 이어지면서 민심은 차갑게 식고 있습니다.
선거는 일단 끝났습니다.
요동치는 숫자가 뜻하는 건 이제 더 이상 경기장에서의 승리나 패배가 아니라, 민심 그 자체의 등락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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