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與野 '1호 공약' 둘러보기…'空約'으론 민심 못 얻는다
[앵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여야 유력 주자들의 공약 발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약이 화려할수록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는 더 꼼꼼히 따져봐야겠죠.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는 여야 후보들이 내세운 1호 공약을 모아봤습니다.
방현덕 기자입니다.
[기자]
'한반도 대운하', 기억하십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당시 1호 공약이었죠.
경제적 타당성과 환경 영향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결국 취임 첫해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접었습니다.
현실성 없는 초대형 국책사업을 내걸었다가 체면을 구기고 국민적 신뢰도 흔들리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입니다.
이제 대선까지 남은 220일.
여야 후보들, 속속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1호 공약은 중요합니다.
후보들이 생각하는 시대 비전, 무엇이 우리 시대 문제인지가 상징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죠.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은 공공일자리 창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미국 전술핵 도입을 내세웠습니다.
무엇이 국민의 공감을 더 받았는지는 결과가 말해줍니다.
이번 대선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경선이 한창 중인 더불어민주당, 많은 후보가 이미 1호 공약을 내놨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우선 이재명 후보입니다.
1호 공약, 기본소득이 아니라 바로 이겁니다.
"제1 공약으로 전환적 공정 성장을 통해서…우리 경제 성장률의 우하향 멈추고, 우상향의 지속 성장으로 전환시킬 것을 약속드립니다."
공정 성장, 그러니까 성장을 우선순위에 놓되, 불공정을 뿌리 뽑고 '을'의 권리를 지켜주는 게 선결 과제란 생각이 담겼습니다.
전매특허처럼 여겨져온 기본소득은 공정 성장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낙연 후보도 볼까요?
"삶에 직결되는 모든 분야, 삶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요인 이런 것을 망라해서 국민들의 삶을 지켜드리자. 이것이 신 복지입니다."
생활 모든 영역에서 최저 기준을 보장하겠단 겁니다.
이런 복지 정책을 통한 중산층 확대가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렸습니다.
정세균 후보의 1호 공약은 충청과 전북, 강원을 아우르는 신 수도권 조성입니다.
세종의사당과 청와대 세종집무실 건립 등을 공약하며, '국토 균형발전'을 이번 대선에서 승부수로 띄운 겁니다.
추미애 후보는 부동산세 강화를 골자로 한 지대개혁, 박용진 후보는 남녀평등복무제를 1호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각자 부동산 가격 폭등과 청년층의 젠더 갈등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두관 후보는 '수도권 일극 체제' 해제와 연방제 수준의 분권 국가를 공약했습니다.
국민의힘도 볼까요?
선두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당하며 경선 버스 출마 준비가 완료됐죠.
이제 본격적인 공약 경쟁이 시작될 걸로 보입니다.
공약 발표를 준비하는 윤 전 총장. 최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1호 공약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대적인 문제는 국민 모두가 다 똑같이 생각하고 있지 않나. 첫째가 집 문제고 둘째가 일자리, 그중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고 세 번째가 팬데믹 문제 아닌가…"
결국 부동산, 일자리, 코로나 상황 해결이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하단 인식을 드러낸 겁니다.
페이스북으로 공약 발표를 이어가는 홍준표 의원.
가장 처음 내놓은 건 정부와 공공기관 통폐합입니다.
행정조직 선진화가 필요하단 건데,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도 150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1호 공약으로 경제정책 패키지를 준비 중입니다.
그간 발표했던 공정소득, 부동산세 축소, 그리고 국민연금 개혁 등이 담길 예정입니다.
원희룡 제주지사의 1호 공약은 신혼부부 반값 주택입니다.
"'영끌'하지 않고 내 집을 살 수 있도록…자부담 반, '국가 찬스' 반, 반반 주택을 실현하겠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법무부 폐지, 윤희숙 의원은 귀족노조 철폐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각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 개혁을 돌려놓는 일과 노동시장 개혁이 우선 과제라고 본 겁니다.
각자의 고심과 철학이 녹아 있는 공약들, 좋습니다.
하지만 앞서 본 한반도 대운하 공약처럼 '공수표'가 돼선 안 되겠죠.
겉으로는 화려하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성이 있는지는 잘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대선 주자 공약은 과감한 내용이 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진적인 정책을 내놓아서는 유권자의 눈길을 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본소득 지급이나 주택담보대출 비율 상향과 같이, 이번 대선에도 재원이나 부작용을 따져봐야 하는 공약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약에 대해 후보와 당 차원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후보별 공개검증 토론회 같은 게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각 후보마다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시민 검증단이라든가, 온라인 검증단을 구성해서 서로 간에 직접적으로 토론하고 질의하고 응답하는…"
앞으로 대선전이 본격화되면 귀가 솔깃한 공약, 많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실현 가능성에 대한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공약의 옥석을 가리는 일, 결국은 유권자의 몫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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