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기차 배터리에 붙은 불은 끄기가 쉽지 않죠.
특히 배터리 충전 중에 불이 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안전 기준이 없어서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현장 카메라, 강경모 기자입니다.
[기자]
전기차 충전소에 나와 있습니다.
최근 이곳에서 충전하던 전기차에서 불이 났는데요.
검게 타버린 차량 부품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녹아버린 충전기도 망가진 채로 방치돼 있습니다.
일반 장소보다 더욱 위험한 전기차 충전소 화재, 문제는 없는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화염이 전기차를 삼키고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현장음]
"어머 차에서 불이 난 거야. 차에서 불이 났네."
[현장음]
"펑"
큰 폭발음과 함께 차체도 흔들립니다.
또 다른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전기차에 불이 났습니다.
사그라들지 않는 불길에 진화에 애를 먹었고. 주변에 있던 차량 5대도 피해를 봤습니다.
두 곳 모두 충전 중인 전기차에서 불이 난 겁니다.
과열된 배터리가 순식간에 800도 가까이 오르는 열폭주 현상 탓에 불을 끄기도 어렵고 피해도 큽니다.
[김경열 / 전기차 운전자]
"언론에서 가끔 나올 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은 있지만 주의한다면 우려 없이 탈 수 있지 않을까."
최근 3년간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79건.
3건 중 1건 이상은 주차장에서 발생했는데 대부분 충전을 하던 중 벌어졌습니다.
현행법상 새 아파트는 전체 주차면 수의 5%, 기존 아파트는 2% 이상 전기차 충전시설을 갖추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신축 아파트 대다수가 주차장을 지하화하는데 전기차 화재 대응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밀폐된 구조로 연기가 빠져나가기 어렵고 소방차 진입도 어렵다는 겁니다.
소방서 협조를 받아 전기차 화재 상황을 가정해 지하주차장 진입을 시도해 봤습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높이는 2.3m, 반면 소방차는 2.9m가 넘는데요.
지하주차장 충전소에서 불이 나도 소방차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동식 침수조와 질식소화포 같은 장비들이 있지만 주차된 다른 차량들에 막혀 사용하기 버겁습니다.
[조춘남 / 횡성소방서 예방총괄팀장]
"환기 및 가시도가 좋지 않아 소방대원의 내부 진입이 어렵습니다.특히 주차된 차량들이 많아 공간이 협소해 진압 장비를 활용하기에 불편함이 많습니다."
방화벽과 바닥 스프링클러, 질식소화포 비치 같은 안전 기준이 있지만 권고수준에 그칩니다.
[공하성 /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선진국하고 다르게 충전 시설이 지하에 많이 위치하다 보니까 위험성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그런 규정을 조기에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률이 늘면서 충전시설도 빠르게 확충되는 상황, 전기차 성능이나 주행거리 못지않게 안전에도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현장 카메라 강경모입니다.
영상취재: 김민석
영상편집: 이혜리
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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