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인 김영희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36년 동안 외롭게 거인증 투병을 해왔던 사연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정윤철 기자입니다.
[기자]
2m가 넘는 키로 한국의 골밑을 든든히 지켰던 센터 김영희.
중학생 때부터 '제2의 박찬숙'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1984년 LA 올림픽에선 여자 농구 사상 첫 은메달의 주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스물 네 살이던 1987년 뇌종양으로 쓰러진 뒤, '거인증' 진단을 받아 코트를 떠났습니다.
거인증은 신체와 장기가 계속 커지는 병입니다.
투병 생활을 이어오던 김영희는 그제 6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동안 김영희는 돌봐줄 가족이 없어 홀로 병마와 싸워왔습니다.
매달 나오는 올림픽 연금 70만 원을 모두 병원비로 사용할 정도로 생활고도 심했습니다.
[김영희 / 전 농구 국가대표(2021년 12월)]
"자다가도 두 시간에 한번씩 깹니다. 깨서 '아 내가 깼구나, 오늘 아침에는 아침 햇살을 보겠구나' 감사합니다."
자선 기금 등을 모아 김영희를 도왔던 농구인들은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한기범 / 전 농구 국가대표]
"쓸쓸히 혼자서 고독사 비슷하게 했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슬프고 마음도 많이 아프고요."
당초 별도의 장례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김영희를 쓸쓸히 보내고 싶지 않았던 지인들이 빈소를 차리면서,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하려는 농구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채널A 뉴스 정윤철입니다.
영상취재 : 한일웅
영상편집 : 천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