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택배 차량의 지상출입을 막는 아파트가 있단 뉴스는 수차례 전해드렸죠.
지금은 어떤가 가봤더니 바뀐 건 없었습니다.
오히려 엘리베이터 이용료, 혹은 현관 출입카드 보증금을 요구하기도 한다는데,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영하 10도의 한파 속, 택배 차량들이 아파트 입구에 멈춰 서 있습니다.
택배 기사는 배달할 물건들을 손수레 가득 옮겨 싣습니다.
[택배기사]
"이 아파트를 돌면 보통 한 8,000보에서 9,000보를 걸으니까 km수로 따지면 거의 한 3km, 4km 넘겠죠?"
5년 전,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아 기사들이 배송을 거부했던 곳.
택배 차는 여전히 지상으로 다닐 수 없습니다.
높이가 2.5m가 넘는 택배 차들은 지하주차장 출입도 안 됩니다.
[택배 기사]
"가전제품이나 쓰레기 수거하는 분들은 모두 다 단지 내에서 차량을 끌고 왔다 갔다 하는데 365일 매일 들어오는 택배 기사들만 이렇게 못 들어오거든요."
물량이 많을 땐 몰래 지상으로 들어가지만,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택배 기사]
"입주민이 전화해서 택배 기사 와있다고 하면 경비가 쫓아내고. (신고해서 나가신 적 있으세요?) 많죠. 비오는 날도 들어왔다가, 하도 쏟아져서 왔다가 쫓겨날 때도 있는데요."
서울의 또다른 아파트를 출입하는 택배 기사들은 결국 사비를 들여 차량을 개조했습니다.
[택배 기사]
"여기 들어오려고 2.25m로 자른 거예요. 맞춰서. 스프링 떼고 옆문 두 개 만들고 탑 내리고 거의 400(만 원) 들어갔어요. 이것만."
개조한 택배 차량 내부입니다.
성인 여성 한 명 들어가기에도 좁은 공간인데요.
택배 기사들은 하루 평균 4시간을 이곳에서 허리를 구부리며 택배 상자를 정리합니다.
세종시 한 아파트에서도 택배 출입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기사들에게 공동현관 카드키 보증금 10만 원과 승강기 사용료 월 1만 원을 요구한 겁니다.
[택배 기사]
"다들 어이가 없었죠. 그러면 저는 엘리베이터 사용 안 하겠다고 그랬더니 '그냥 알아서 하셔라' 그래서 그날 지하에 배송했죠."
[관리사무소 관계자]
"택배 기사님들이 층마다 (엘리베이터를) 다 잡으시니까 그걸 보시는 입주민들은 불편하신 거예요."
일부 입주민들이 나서 승강기 이용료 부과는 지나치다고 해 없던 일이 됐지만, 아파트 현관 출입용 카드키 보증금 5만 원은 받기로 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
"여태까지 그렇게 집 앞까지 갖다주는 걸 편하게 받았잖아요. 갑자기 돈 내라고 하면 그분들이 돈 내면서까지 할 건 아니라고 보는데."
택배기사들은 필요한 물건을 배송 하고도 환영 받지 못하는 현실이 원망스럽습니다.
[택배 기사]
"사람답게만 일하자는 거지. 가벼운 걸 시키면서 갖다 달라고 하면 수레 끌며 걸어 다니죠. 그런 것도 아니고 손수레를 먼 동들은 이렇게 두 개씩 끌고 다니는데."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작가 : 이태희
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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