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택배기사들의 집단 괴롭힘으로 택배 대리점주가 극단적 선택을 했던 사건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홀로 남은 아내가 계속해서 택배 대리점 일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대리점주들은 죽음을 불러온 택배 현장의 갈등이 끝나지 않았다고 호소합니다.
다시 간다 남영주 기자입니다.
[기자]
능숙하게 지게차를 운전해서 택배상자를 11톤 차량에 싣는 박모 씨.
박 씨의 남편은 지난해 세상을 등진 택배대리점주 이영훈 씨입니다.
남편은 택배기사들의 배송 거부와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박 씨는 기존 배달구역을 정리하고 대리점을 새로 열었습니다.
[故 이영훈 씨 아내]
"적게 벌더라도 그 사람들하고 안 부딪치는 게 낫다, 배달구역을 내놓겠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걸 계속 기억해야 하니까."
휴대전화 사진첩엔 택배기사들이 놓고 간 물건을 홀로 배달하는 이 씨의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故 이영훈 씨 아내]
"이렇게 물건을 방치해 놓은 것도 되게 많아요. 빼놓은 거 보면 일부러 힘들게 하려고 고층에 있는 것들로요."
남편은 유서를 통해 "뜬소문과 헛소문에 하루하루 지옥같다",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태업에 버틸 수 없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유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택배기사 14명을 모욕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지만,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처벌받은 사람도 없습니다.
이 가운데 10명은 1년 넘게 검찰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사이 1주기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추모식에서는 택배기사 자녀 23명에게 이영훈 장학금이 전달됐습니다.
유족과 동료 대리점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만든 장학금입니다.
[동료 택배 대리점주]
"고인의 이름으로 얼마 안되지만 장학금도 주고 같이 상생하면서 잘 살 수 있도록 뜻을 모았습니다."
현장은 달라졌을까.
목에 수건을 두르고 상자를 나르는 대리점주 이종혁 씨.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배송에 매달립니다.
[이종혁 / 택배 대리점주]
"절반 정도 배송하긴 했는데, 아까는 차가 꽉 차 있었거든요. 다 크거나 생물 위주잖아요? (택배기사들이) 고층 이런 식으로 상가 당 하나씩 빼놔요. 가기 싫은 거, 귀찮은 거."
일부 택배기사가 수수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물건을 배달하지 않고 놔두고 가는 겁니다.
택배업은 택배회사가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대리점이 택배기사를 고용하는 형태로 운영됩니다.
그러다보니 원청인 택배회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
[택배회사 관계자]
"(두고 가도 돼요?) 원래는 안 되죠.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아니니까 본사에서는 제재를 못하죠. 그래서 집배점을 통해서 시정 요청을 하는 거죠."
일부 전문가는 택배회사의 역할이 좀더 커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성희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고객이) 택배회사 이름을 보고 거래하는 거지 대리점을 보고 위탁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대리점도 을이고 택배기사도 을인데, 원청은 먼 산 불 구경하지 말고 당사자로서 책임을 가지고…."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횟수는 평균 65회.
이영훈 씨 사망 이후에도 택배현장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AD : 나난현
남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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