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연히 이웃집 화재를 진압한 부부, 알고보니 두 사람 다 소방관이었습니다.
몸에 벤 직업정신이 큰 불을 막았습니다.
최승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 분리수거장.
검은색 롱패딩을 입은 남성이 쓰레기를 모두 정리하고, 패딩 지퍼를 올립니다.
고개가 올라가면서 하늘을 쳐다보게 된 남성.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급하게 뛰어갑니다.
남성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잠옷 차림의 여성이 1층으로 내려옵니다.
경기 하남시의 아파트 16층 베란다 대피공간에서 불이 난 건 지난 6일 0시쯤.
비번인 소방관이 우연히 화재를 발견했습니다.
[이상윤/ 서울 송파소방서]
"불티도 날리고 이제 검정색 연기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119에 신고하게 됐고."
소방관은 관리사무소에 대피방송을 요청하고, 불씨가 보였던 16층까지 올라갔지만 집주인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때 나타난 또다른 소방관.
1층으로 내려온 잠옷 차림의 여성인데, 불씨를 발견한 소방관의 아내였습니다.
아내는 1층에서 화재 위치를 알려주고, 남편은 고층 입주민들을 일일이 대피시켰습니다.
[정소리 / 서울 송파소방서]
"무전기처럼 계속 전화한 거죠. 올라가면서 17층 거주자 (대피) 확인됐다, 18층 거주자도 확인했다 (하면서)"
남편이 화재현장에 다시 돌아왔을 땐 불이 더 번지고 있어 안전장비도 없이 불을 꺼야 했습니다.
아내는 주민 대피를 도운 뒤에야 3살 아이를 데리고 대피했습니다.
[이상윤/ 서울 송파소방서]
"소방관이기 때문에 그냥 몸이 먼저 움직이는 거지, 다른 소방관이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예요."
소방관 부부의 투철한 직업정신 덕분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임호빈/ 아파트 관리소장]
"그분은(집주인은) 불난 지도 몰랐대요. 다치신 분 없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최승연입니다.
영상취재: 최혁철
영상편집: 이혜진
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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