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힌남노가 할퀴고 간 고향마을입니다.
지금 보시는 이곳은 경북 포항 장기면인데요.
길이 끊겨 완벽히 고립되는 바람에 외부물자도 수도도 휴대전화마저도 모두 끊겼습니다.
추석날인 오늘도 주민들은 흙탕물에서 며칠 묵은 빨래를 해야만 했습니다.
배영진 기자가 ‘걸어서’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기자]
산속에 자리 잡은 마을로 가는 길.
도로 곳곳이 유실돼 차량 통행이 통제됐습니다.
여기는 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진입로입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무너진 길을 한 시간 이상 걸은 뒤에야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말 그대로 폐허가 된 마을.
그나마 전기는 어젯밤 임시 복구됐지만 수돗물은 여전히 안 나오고 휴대전화도 먹통입니다.
주민들은 냇가에서 생활용수를 해결합니다.
냄비에 바가지까지 담을 수 있는 건 총동원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물을 뜨고 있습니다
[이범우 / 경북 포항시]
"물이 완전 '금물'이에요 '금물'. 금보다 더 귀한 물이란 말이에요. 그릇 대야에다가 다 퍼다 놓는 거예요. 언제 복구될지 모르니까.”
한 시간쯤 더 걸어 도착한 다른 마을.
이곳 역시 마을 전체가 침수 피해를 입었고, 주민들은 겨우 몸만 피했습니다.
[김일선 / 경북 포항시]
"옆집 사람이 나 죽는다고 하니까. 나 업고 갔지. 나 업고 자기 집으로 갔어요."
주민들은 냇가에 흐르는 물에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합니다.
흙탕물이지만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
[허 숙 / 경북 포항시]
"물이 안 나오니까요. 흙탕물인데,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빨고. 말로만 들었지, 이게 우리가 겪으니까 보통 일이 아니네요."
차량을 이용하지 못하다 보니 생필품 하나 받으려면 한 시간 이상 걸어 나와야 합니다.
추석을 쇠는 건 엄두도 못 냅니다.
민관군이 총동원된 복구작업에도 아직 경북지역 복구율은 41%에 그치고 있습니다.
힌남노가 할퀴고 간 상처에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채널A뉴스 배영진입니다.
영상취재 김현승
영상편집 김민정
배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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