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선을 치를 즈음 프랑스도 새 대통령을 뽑죠.
유력 대선주자가 스캔들에 휘말렸는데 지지율이 꺾이긴 커녕 올랐습니다.
그렇다고 프랑스가 정치인의 문제에 관대하다 단언할 순 없습니다.
사생활에 관한 것이냐 법적 도덕적인 것이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른 거겠죠.
<세계를 가다> 김윤종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프랑스 정계를 발칵 뒤집은 사진입니다.
웃통을 벗은 6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감싸고 있습니다.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에리크 제무르와 그의 보좌관입니다.
“한 주간지가 남프랑스 해변에서 촬영한 사진을 폭로하자 두 사람 사이가 연인 관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극우 언론인 출신인 제무르는 변호사 아내와 자녀 3명의 가장입니다.
미혼인 여성 보좌관은 대통령 4명을 배출한 국립행정학교 출신의 엘리트입니다.
제무르는 보도에 대해 법적대응에 나섰습니다.
한국이라면 도덕적 지탄 속에 대선 후보 자격 논란이 이어졌겠지만 프랑스에선 정치인의 사생활 보호 논란이 더 뜨겁습니다.
파리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클로딘 / 파리시민]
“파파라치가 사진으로 제무르를 도발했습니다.”
[콘스턴스 / 파리시민]
“사생활도 중요합니다. 대통령 주변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에요.”
숨겨둔 사생아를 두고 두 집 살림을 했던 미테랑,
그리고 영화배우와 불륜 관계였던 올랑드는 '사생활 보호' 정서 속에 무사히 대통령 임기를 마쳤습니다.
재임 중 이혼하고서 넉 달 만에 재혼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비슷한 여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공직 외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하는 영역으로 여기는 프랑스 특유의 정서 때문입니다.
[프랑수아 사주 / 파리시민]
“사생활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정치인) 개인사를 폭로하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젊은 여성과의 스캔들 이후 제무르의 인지도만 높아졌습니다.
[장필립 / 파리시민]
“조작된 사진이에요. 제무르를 대선 전 이슈화하려고 일부러 연출한 홍보라고 생각해요.”
스캔들 전에 7%였던 제무르 지지율은 이민 정책 등에서 우파 유권자들의 공감을 받아 최근 13%로 치솟았습니다.
재선을 노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의 양강구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5년 동안 엘리제궁을 지킬 주인은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한달 뒤인 내년 4월 결정됩니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선거전에 이번 스캔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파리에서 채널A뉴스 김윤종입니다.”
영상취재 : 이수연(VJ)
영상편집 : 차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