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뒤면 아프간 전쟁의 원인이 됐던 9·11 테러 발생 20주년이 됩니다.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은 미국인들에게 생생히 남아있는데요.
추모공원으로 바뀐 테러 현장에서 전해왔습니다.
세계를 가다, 워싱턴 유승진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납치한 여객기 두 대가 미국 심장부로 돌진했던 9·11 테러.
20년이 흘러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인공 폭포가 들어섰습니다.
사각형 구멍 속으로 눈물처럼 하염없이 쏟아지는 물줄기가 그날의 아픔을 되새깁니다.
동판에 새겨진 3천 명 가까운 희생자들의 이름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멈춥니다.
누군가 놓고 간 성조기와 꽃들도 곳곳에 보입니다.
"추모 공간을 찾은 방문객들은 2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20년 전 영업사원으로 사고 현장에서 아침 회의가 예정됐던 에드 프릭 씨는 시간이 연기돼 참사를 피했습니다.
[에드 프릭 / 9·11 추모 공원 방문객(희생자 동료)]
"저는 건물에서 (붕괴 사고로) 친구들을 잃었습니다. 실은 방금 제 친구 중 한 명을 만나러 왔습니다. 무역 센터에서 일했는데, 그날 출근해서 집에 돌아오지 못했죠."
악몽 같았던 날을 보냈던 미국인들의 고통은 아직 진행형입니다.
[게일 맥린 / 9·11 추모 공원 방문객]
"그날을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TV를) 볼수록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를 외쳤죠. 상황은 악화됐어요. 무섭고, 걱정되고 화가 났고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어요. 정말 충격적이었죠"
[샬린 리즈 / 9·11 추모 공원 방문객]
"모두가 믿을 수 없어 했죠. 그날 저녁 교회들은 가득 찼어요. 저도 아들과 함께 교회에 가서 울고 또 울었죠. 이런 일을 어떻게 이겨내겠습니까?"
뉴욕 거리 곳곳에는 "잊지 말자"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미국은 테러의 충격을 잊지 않도록 그날 상처들을 한 곳에 공개했습니다.
당시 건물을 지탱했던 철골부터 엘리베이터 모터까지 추모 박물관에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당시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은 나무는 이렇게 보존되어 있는데요. 세월이 흘러 이 나무는 이제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주기를 앞두고 국가적 단결을 촉구했습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우리는 단결이 절대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게 그것은 9·11의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
그러나 테러 배후를 소탕하기 위해 시작했던 아프간 전쟁 20년은 탈레반의 점령으로 다시 원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철군 작전 중 미군들까지 희생됐고 테러 용의자들의 정식 재판은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뉴욕에서 채널A 뉴스 유승진입니다.
유승진 워싱턴 특파원
영상취재 : 정명환(VJ)
영상편집 : 이혜진
유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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