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조서 기록만 보고 1심 파기는 안 돼"

[앵커]

항소심에서 조서만 보고 1심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된다는 판결을 대법원이 내놓았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직접 공방을 보며 진실을 가리도록 하는 공판 중심주의를 강조한 겁니다.

강은나래 기자입니다.

[기자]

승객이 흘리고 간 스마트폰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50대 택시기사 김1 모 씨.

휴대폰을 임의로 처분하지는 않았지만, 사흘 간 승객 전화나 문자에 답하지 않았고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습니다.

1심은 돌려주려 보관 중이었다는 김씨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로 봤습니다.

휴대폰 조작 방식이 생소한데다 김씨가 손님 전화라며 주변에 충전을 부탁했으나 맞는 충전기가 없어 충전하지 못한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습니다.

반면, 2심은 점유물 이탈 횡령죄가 성립한다 보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김씨는 휴대폰이 잠겨있어 켤 수 없었다 주장했지만, 기록에 의하면 잠겨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경찰 연락을 받은 후 차량 블랙박스 기록을 지운 점도 석연치 않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1심 진술의 신빙성을 깰만한 기록 증거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1심은 진술 신빙성 판단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뉘앙스 등을 직접 관찰한다"며 "이 판단이 현저히 부당하다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록 만을 자료로 삼는 항소심이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판사가 조서 등에 의존하지 않고 법정 진술을 직접 듣고 판단하는 공판 중심주의, 직접 심리주의를 강조한 판결로 풀이됩니다.

연합뉴스TV 강은나래입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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