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경찰 '엉터리 조서 작성' 국가 배상해야"
[앵커]
흔히 '조서를 꾸민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사 내용을 담는 조서가 수사기관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형되는 경우가 많다는 우려가 반영된 말인데요.
경찰이 실제 문답과 다른 조서를 작성한 경우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나확진 기자입니다.
[기자]
10년 전 경기도 수원시에서 당시 정신지체 2급 장애가 있던 18세 A양이 30대와 50대 남성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A양은 이후 피해자 조사에서 동네 또래들로부터 성폭행당했다는 추가 진술을 했고 이후 용의자로 지목된 B군은 인근에 살던 14살 C군 등 4명이 더 범행에 가담했다고 말했습니다.
청소년들 중 일부는 경찰 초기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했고, C군 등은 이 같은 자백 진술 조서를 근거로 모두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에서 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는 B군 등의 일부 자백 취지 진술과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범행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풀려난 C군 등은 경찰이 유도 질문을 하고 단답형 답변을 했을 뿐인데 자신들이 직접 범행 과정 등을 설명한 것처럼 조서가 조작돼 구속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습니다.
대법원은 사건 발생 10년 만에 조서가 위법함을 확인하고 국가가 C군 등에 각각 300만원을, 부모에게 100만원씩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범행일시와 장소, 범행 과정 등을 모두 경찰이 구체적으로 말하고 C군 등은 단답형으로 답했을 뿐인데, 조서에는 C군 등이 구체적 내용을 말한 것처럼 적혔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조서의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없도록 배려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며 경찰의 직무상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연합뉴스TV 나확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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