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너의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수필 ‘청춘예찬’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피 끓는 청춘을 생각하기엔 고픈 배를 채우는 게 더 시급한 청년들이 우리 주변엔 많습니다.
김진이 간다 오늘은 안타까운 우리 청년들 이야기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진]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밥을 굶고 다니냐’라고 이야기하는 어른들도 있을 텐데요.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생각보다 많은 청년들이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고 배고픔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청춘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서울 대학가에 있는 한 교회.
해가 뜨기도 전부터 교회 주방에서 음식 준비가 한창입니다.
이곳에서는 매일 아침 동네 주변 청년들을 위해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희정 권사]
요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하랴 취업 준비 하려면 바쁘잖아요. 공부하려면. 한 끼를 해주더라도 힘이 되고 보탬이 되죠
청년들의 배고픔을 달래줄 음식이 푸짐하게 준비됐습니다.
아침 일곱시. 교회 식당으로 하나 둘, 생각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찾아옵니다.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고기반찬부터 과일까지. 혼자 살며 챙겨먹기 힘든 음식을 고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김희정 권사]
어떻게 알고 왔어?
[청년]
기사에서 보고요
[김희정 권사]
기사에서 보고. 아이구. 매일 와서 먹어
매일 80여 명이 이곳을 찾습니다.
[길성운 담임목사]
주변 대학들이 반찬을 가짓수대로 식당에서 돈을 받아요. 그런데 그때 콩자반을 집을 때 고민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콩자반을 집는 순간 (한 끼) 3천원이 넘어가거든요.
배고픈 대학생의 사연을 듣고 시작한 무료급식이 어느새 8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학생부터 취업 준비생까지. 배고픈 청춘들이 여기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청년]
아무래도 혼자 살다 보니까 식비가 좀 부담될 때도 있는데 여기에서 무료로 밥을 제공해 주셔가지고 (감사하죠) 심지어 맛있어요.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 맛있어서 자주 찾아오게 됐습니다.
미래의 주인인 청춘이 배가 고픈 이유는 바로 돈 때문입니다.
대학교 4학년인 정상민 씨는 비교적 저렴한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정상민 / 대학교 4학년]
보통 (월) 90만 원 정도 수입이 있고요. 핸드폰 요금, 적금, 주택청약까지 들고 있어요.
교통비와 학비 등 고정비용을 빼면 남는 돈은 월 34만원. 하루 1만 원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셈입니다.
오전 아르바이트를 끝낸 뒤에야 밥을 먹으러 바쁘게 걸음을 옮깁니다.
[피디]
어디로 가요?
[정상민 / 대학교 4학년]
기숙사요
[피디]
아침밥은 먹었어요?
[정상민 / 대학교 4학년]
아니요 아침밥은 식비도 아낄 겸 웬만하면 거르는 편이에요.
오후 한 시가 다 되어서야 기숙사에서 먹는 첫 끼니.
한 끼 4천 원의 저렴한 가격이어서 학교 밖에 있다가도 매일 점심 기숙사로 돌아옵니다.
날이 어두워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친구와 분식집을 찾은 정씨의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통장에 남은 돈 때문입니다. 이번 저녁을 김밥으로 때우고 나면 남은 한 주는 하루 7천 원으로 살아야 합니다. 계산을 하고 또 해봐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취업 준비생 85퍼센트가 하루 한 끼 이상을 굶는다고 하는데요, 그 가장 큰 이유는 식비 부담 때문이었습니다.
초코파이를 하나 얻으려고 헌혈을 해야하는 청춘.
[청년 A씨]
제가 공부하다 너무 배고프면 헌혈하러 가면 초코파이를 주거든요. 그걸로 끼니를 때울 때가 있어요.
편의점에서 폐기처분하는 도시락을 얻어먹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청년 B씨]
편의점에 폐기 나오면 폐기 있는 거 달라고 해서 먹고요, 없으면 도시락 같은 건 너무 비싸서 삼각 김밥 같은 걸로 끼니 때우고 그래요.
저녁 시간에 찾은 노량진 학원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온통 3천 원짜리 메뉴 중 어느 것하나 마음 놓고 고르기 힘든 현실이 취업준비생의 어깨를 짓누릅니다.
[청년 C씨]
삼시 세 끼 내내 컵밥만 먹은 적도 있는 것 같아요. 차라리 컵밥 먹는 게 낫더라고요. 왜냐하면 (다른 건) 배가 빨리 꺼져서.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무역규모 전 세계 10위 권 시대.
일자리도 늘고 경제는 잘 굴러간다고 하는데, 누가 이 청춘들의 배를 곯게 만드는 걸까요.
‘김진이 간다’ 김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