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진 기자. 오늘은 어떤 현장에 다녀왔나요?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10만 명 당 26.6명으로 또 다시 OECD 전체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런 비극적 선택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서울 마포대교에는 예방문구를 곳곳에 써놨습니다. 그런데 이 문구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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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마포대교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제 옆에 보이는 자살 예방 문구 중에 몇몇이 적절치 못한 내용으로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극단적 선택의 상황에서 마음을 돌려보자는 취지로 넣은 글귀라는데요. 상당수가 가벼운 농담들이었습니다.
<김진>
이런 글도 있습니다. 아빠가 좋아, 아니면 엄마가 좋아? 그런데 가장 황당한 건 짬뽕이 좋아, 아니면 짜장면이 좋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죠? 어떻습니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상황에서 이런 글들이 과연 마음을 고쳐먹는데 도움이 될까요?
다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문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습니다.
<시민1>
사람이 심리에 따라서 어떻게 보면 더 화가 나는 부분도 저는 있다고 생각해가지고요.
<시민2>
아예 이 글귀가 눈에 안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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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떻게 저런 글들이 예방 문구로 쓰인 거죠?
저 문구들은 서울시가 2013년도에 시민 공모를 통해 선정한 것들인데요.
“수영 잘해요?” “한 번 해봐요.” 같은 문구들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문구를 많이 없애고 고쳤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앵커>
저 문구들이 효과는 있나요?
<기자>
올해에만 지난 7월까지 97명이 마포대교에서 투신을 시도했고, 그 중 한 명이 사망했습니다. 마포대교에서 실제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경찰은 마포대교의 순찰을 특별히 더 강화했다고 합니다.
<경찰>
이런 데를 보시면 거미줄이 쳐진 장소가 있어요. 보면 사람이 올라갔던 흔적이라든지 (누군가 올라가서) 거미줄이 없다든지 이런 데는 유심하게 세심하게 살펴봐야 돼요
<경찰>
이게 사람이 밟고 넘어가서 깨진 흔적입니다
<경찰>
날씨가 흐린 경우에 많은 날은 7명에서 10명까지도 오는 경우도 있고요
취재 도중 위태로워 보이는 여성을 발견했는데요.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잠시 후 경찰과 구조대가 여성의 주변을 지킵니다.
<구조대>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요.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요.
모두가 조심스럽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데요.
다행히도 여성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시민>
여기 나오면 거의 한번은 보는 거 같아요. '죽을 용기가 있으면 나 같으면 세상도 바꾸겠다'고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말라 그러더라고요
문구를 설치한 뒤 자살 시도는 오히려 더 늘어났니다.
<극단적 선택 시도자>
뭔가 나를 농락한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진짜 너무 심각한 상황에 처해가지고 난 죽고 싶은데 상대방은 농이나 칠 정도로 한가하구나. 적어도 심리학자 자문을 참고해서 달아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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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터뷰에서 들은 대로 전문가의 생각이 궁금하네요.
<기자>
네. 예방 문구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최명기 정신과 전문의>
뭔가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은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자살에 대해서 생각하지 마세요. 할수록 그 분들은 자살이 더 선명하게 생각이 나게 되는 거예요.
<기자>
예, 실제 목숨을 끊은 사람 중 90% 이상은 사전에 행동이나 감정상태를 통해 경고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따라서 가족이나 지인들의 세심한 관찰과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앵커>
김진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