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간 뜨거웠던 이슈의 뒷얘기를 풀어보는 시간, 백브리핑입니다.
정책사회부 최석호 차장 나왔습니다.
Q1. 개 구충제, 사람 구충제, 이젠 돼지 구충제까지. 암치료에 좋다고 화제에요. 왜 그런 거죠?
폐암 말기 투병중이라고 밝힌 개그맨 김철민 씨 모습인데요, 최근 저희하고 인터뷰한 내용이 있습니다. 먼저 한번 보시죠.
[김철민 / 개그맨]
"폐에서 간으로 전이 됐고 뼈가 지금, 뼈로 전부 퍼진 상태고요. 주어진 시간이 점 점 점 없어지고 있는데 저한테 주어진 시간이 많이 없거든요. 솔직히 (해외 직구한 약이) 도착하면 저는 바로 실행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말한 약, 다름 아닌 개 구충제였습니다.
미국에서 말기 암 환자가 개 구충제를 복용한지 3개월 만에 완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없어서 못 팔 정도입니다.
Q2. 김철민 씨 보면 해외 직구로 구입을 했다고 하잖아요. 가격은 얼마나 하는 거예요?
개 구충제는요, 말 그대로 개의 기생충을 없애는 약입니다.
20알에 2~3만 원 수준인데요, 하지만, 기적의 항암제로 소문이 나면서 최근엔 100만 원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개 구충제 판매자]
"처음에 그냥 10만 원에 내놨는데, 요즘 난리가 났다 그러더라고요 10만 원에 팔 것 같으면 제가 먹죠.
100만 원 얘기했는데, 10만 원 깎아드릴게요."
Q3. 구충제로 암 치료한다던 유튜버가 숨지는 사고도 있었잖아요?
자가치유 일기를 쓰던 직장암 4기 투병자, 안핑거 씨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개 구충제를 먹고 건강이 좋아졌다고 했는데요, 들어보시죠.
[안핑거 / 유튜버(지난달 6일)]
"(아내에게) 내가 지금 진통제 안먹고 견딘거 알아 이랬더니 진짜 대박이다, 이런 날이 없었다 이러면서… 그날 하루 종일 진통제 없이 아무 이상 없이 견뎠거든요. 5일을 진통제 없이 견뎠어요. 그래서 이것은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흘 전 결국 숨졌습니다. 개 구충제 부작용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는데요, 유가족들은 일단 부인했습니다. 개 구충제 때문이 아니라, 뇌경색과 폐손상이 왔다는 겁니다.
Q4. 궁금한 건 의학적 소견이예요. 개한테 쓰는 약이 사람에게 효과가 있을까요?
의학적으로 검증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부작용이 더 큰 문제인데요, 간을 비롯한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박창원 / 식품의약품안전처 종양약품과장]
"혈액이라든가 신경, 간 등에서 아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말기 암환자는 체력이 저하된 상태이므로 부작용에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대한수의사회도 입장을 냈는데요, 수의사의 진료를 바탕으로 구충제 처방이나 투약이 이뤄져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Q4-1. 개 구충제가 품귀라서 그런지, 요즘은 사람 구충제까지 인기라면서요. 이건 괜찮을까요?
최근 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사람 구충제가 또 '항암제'로 통하고 있습니다.
사람 구충제는 물론이고요, 돼지 구충제까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에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김영태 교수가 쓴 논문 때문입니다.
"구충제가 기생충을 없애는 효과 뿐 아니라, 난소암 세포 증식을 억제한다"고 돼 있는데요, 하지만 김 교수는 "항암제로 복용하라는 말은 보고서 어디에도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전문가들은요, 항암치료를 목적으로 구충제를 먹을 경우엔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강재헌 /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 구충제를 항암치료 목적으로 고용량으로 사용했을 때에는 심각한 간독성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Q5. 검증되지도 않았고, 부작용이 심각할 수도 있다는 건데, 왜들 구충제를 찾는 걸까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겠죠.
[전이성 폐암 환자]
"암을 치료할수 있다면 정말 이건 획기적인 일 같아서. 이렇게 지푸라기 같은 희망을 가져보는 거죠."
[간암 환자]
"고통스럽고 막막했습니다. 간절히 필요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기적같은, 기적을 가져다 준다면 얼마나 희망찬 일이 되겠습니까?"
2~3만 원 하는 개 구충제를 100만 원에 판다는 사람을 조금 전에 보여드렸는데요, 적어도 환자들의 이런 절박함을 상술로 이용하진 말아야 겠습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도 있죠.
백브리핑이었습니다.
취재·구성 : 최석호 기자, 임지혜 작가
연출·편집 : 성희영PD, 함승태PD
그래픽 : 임솔 디자이너, 여현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