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아닌 비폭력·평화주의 같은 신념도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유로 인정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앞으로 양심적 병역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판결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경국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종교적·양심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김명수 / 대법원장(지난해 11월) :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다수 의견입니다.]
이후 비슷한 사건에서 무죄판결이 이어졌는데, '종교적 양심'이 근거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4일, 종교가 아닌 비폭력 신념을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28살 A 씨는 지난 2016년부터 11차례에 걸쳐 예비군 훈련에 불참해 기소됐습니다.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가할 수 없다는 신념이 거부 이유였습니다.
A 씨는 폭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폭력에 경각심을 가졌고, 생명을 빼앗는 것이 끔찍한 잘못이라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입대해 군 생활을 마친 A 씨는 더는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모든 예비군훈련에 참석하지 않아 14차례에 걸쳐 재판을 받았습니다.
A 씨는 재판부에 유죄로 판단될 경우, 훈련을 피할 수 있는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신념이 형성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양심에 따른 정당한 사유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례적인 이번 판결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심사하는 기준이 될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백종건 / 변호사 : 내년에 도입될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심사위원회의 심사 기준을 정립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양심적 병역거부, 윤리와 철학 등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질지 주목됩니다.
YTN 이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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