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아닌 다른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비폭력, 평화주의 같은 신념을 병역 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 겁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이경국 기자!
법원의 판결 내용 설명해주시죠.
[기자]
지난해 11월, 종교적·양심적 신념 등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이후 무죄판결도 잇따랐는데, 여호와의 증인 같은 '종교적 양심'을 근거로 내린 판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조금 달랐습니다.
지난 14일 수원지방법원에서 내린 건데요.
28살 A 씨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1차례에 걸쳐 예비군 훈련에 불참해 기소됐습니다.
예비군법과 병역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A 씨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이미 현역으로 군 복무를 끝낸 데다, 종교적 이유로 훈련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병역 거부가 양심에 의한 것인지 심리했는데, 비폭력, 평화주의 같은 신념을 정당한 사유로 인정했습니다.
A 씨는 폭력적인 아버지를 둔 가정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고, 민간인이 학살당하는 영상 등을 보며 생명을 빼앗는 것이 끔찍한 잘못이라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성인이 돼 입대 거부를 결심했지만 주변의 설득으로 결국 군 생활을 시작했고, 적에게 총을 쏠 수 없다고 확신한 뒤 회관 관리병으로 자원해 근무했습니다.
또 폭력에 시달리던 후임병이 탈영해 동료 병사들이 처벌받는 일까지 목격하면서 A 씨는 양심에 반해 타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 제대한 이후 예비군 훈련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그동안 14번이나 재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온 A 씨.
유죄로 판단될 경우, 훈련을 피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진술이 신념이 형성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양심에 따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이경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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