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불치병 ‘토종벌 에이즈’ 주의보

채널A News 2018-06-24

Views 285



[리포트]
자신의 벌통에 스스로 불을 질러야 하는 토종벌 농가들이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전염병. 오늘은 토종벌의 전염병 실태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28년간 강원도에서 토종벌을 기르는 김명식 씨. 벌통을 쌓은 뒤 불을 붙입니다. 기르던 토종벌들이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린 겁니다.

올해만 해도 벌써 27개의 벌통을 태웠습니다.

[김명식 / 토종벌 농가]
"마음이 울적하죠. 눈물 나려고 그러네. 잘 나가다가 (병에 걸려) 중간에 망가지니까 사람이 미치는 거죠."

'꿀벌 에이즈'라고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은 벌 애벌레에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병입니다.

현재까지 치료제나 예방책은 없습니다. 2008년 국내 처음 발병한 이후 2010년 42만 개였던 토종벌통의 수는 2016년 만 개로 줄었습니다.

[홍성애 / 토종벌 농가]
"손 쓸 새도 없이 한 번에 한 농장에 100개든 50개든 일주일, 열흘 안 걸려요. 싹 나가요."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린 벌통을 카메라로 관찰했습니다.

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꿀을 채집합니다. 노란 꽃가루를 모아 옮기는데요. 그런데, 토종벌이 벌통 안에서 흰색 물체를 꺼내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린 애벌레입니다.

[서상희 기자]
"벌통을 열면 이처럼 전염병에 걸린 애벌레들이 죽어있습니다."

육각형의 벌방에서 자라는 애벌레가 병에 걸리면 벌방이 마르고 애벌레는 부어오르면서 바닥에 떨어지는데요. 치사율은 90%에 이릅니다.

문제는 전염성입니다. 토종벌은 반경 4km까지 날아가는데요. 애벌레 한 마리가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리면 반경 5km에 10만 마리가 감염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토종벌이 사라지면 생태계에 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전 세계 식량 63%는 꿀벌의 수분 작업으로 열매를 맺습니다.

꿀벌이 사라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가정한 미국의 한 슈퍼마켓 광고를 보시죠.

꿀벌이 사라지면 이렇게 가득 채워진 식품 판매장 안 사과와 양파, 오이 진열대는 텅 비게됩니다.

현재 낭충봉아부패병은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됩니다.

질환이 발견되면 신고를 해야 하고 벌통을 소각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제1종 가축전염병인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처럼 농가에 대한 보상 지원은 없습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낭충봉아부패병에 강한 토종벌을 보급할 계획인데요. 농민들은 국내 토종벌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며 효과적인 방역과 복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사건파일이었습니다.

서상희 기자 [email protected]
영상취재 : 김찬우

Share This Video


Download

  
Report 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