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흔 여덟의 우크라이나 할머니가 러시아 점령지에서 10km를 걸어서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홀로 지팡이에 의지해, 음식도 물도 없이 거의 하루를 걸은 할머니, "2차 대전보다 지금이 더 끔찍하다"고 말했습니다.
문예빈 기자입니다.
[기자]
현지시각 25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러시아군의 공습이 거세지자 리디아 스테파니우나 할머니는 가족들과 함께 마을을 떠났습니다.
할머니의 나이는 올해 아흔 여덟입니다.
[리디아 스테파니우나 / 우크라이나 피란민]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려서 깼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며느리가 당장 떠나자고 하더군요."
슬리퍼 차림으로 피난길에 오른 할머니는 지팡이와 나무 조각에 의지한 채 무작정 길을 걸었습니다.
도중에 가족들과 헤어진 할머니는 음식도 물도 없이 홀로 거의 하루를 걸었습니다.
그렇게 걸어간 거리만 10km.
어두운 밤이 다 돼서야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발견됐고, 헤어졌던 가족들과 무사히 재회했습니다.
80년 전 세계 제2차 대전도 경험했다는 할머니는 이번 전쟁이 더 끔찍하다 말합니다.
[리디아 스테파니우나 / 우크라이나 피란민]
"2차 대전때도 불에 탄 집이 한 채도 없었는데…이번에는 모든 게 불탔어요."
러시아군은 무기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에 총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오늘 새벽에는 러시아 군이 집속탄으로 의심되는 미사일로 흑해 항구도시인 남부 오데사를 공습해 3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채널A 뉴스 문예빈입니다.
영상편집 김태균
문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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