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문가 모시고 한번 더 이번 참사 돌아보겠습니다.
함은구 한국 열린 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가 나와 계십니다.
[질문1]먼저 박건영 기자. 이번 이태원 참사, 사상자 규모만 놓고 봐도 참담할 정돕니다. 외신을 보니까 21세기에 일어난 전세계 압사 사고 중에서 역대 9번째 규모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맞습니까?
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태원 참사를 21세기에 발생한 군중 압사 사고 중 피해규모가 9번째로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건, 2005년 8월, 이라크 '바그다드 다리'를 건너다 960명이 압사당한 사건입니다.
군중이 몰려있는데 자살 폭탄 테러가 예상된다는 소문이 돌자 당황한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사망한 겁니다.
2015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성지순례를 왔던 사람들이 몰리며 압사하는 인명 사고가 났습니다.
당시 외신은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걸로 보기도 했습니다.
어젯밤 이태원 압사 사건은 지금까지 집계를 보면 153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는 중상 24명, 경상 79명입니다.
안타까운 건, 위중한 상태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에 온 중환자도 많아서 사상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건데요.
최근에는 이달 1일이었죠.
인도네시아 축구장에서 경기장에 관중들이 난입했고, 이를 저지하려고 경찰이 최루탄을 쐈는데요.
이를 피해 달아나던 군중 132명이 숨지고 300명 넘게 다친 사건도 있었습니다.
[질문2]함 교수님. 참사가 일어난 지난 밤으로 잠깐 가보면요.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큰 사건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토요일이 지나고 있었단 말이죠. 첫 보도가 나오고 나서 사망자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까지 큰 참사로 번진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합니까?
[질문3]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건요. 뒤쪽에서 산사태가 난 것처럼 계속 앞으로. 떠밀렸다는 겁니다. 혹시 뒤쪽으로 상황을 전파하는 게 불가능했을까요?
[질문4]그럼 이렇게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참사 당시 그곳에 갇혀있던 시민들이 더 할 수 있었던 게 있었겠습니까? 갇혀있는 시민들이 도와달라고 하자 주변에서도 구하기 위해 나섰다면서요.
혼자 힘으론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게 목격자들의 공통된 진술인데요.
인근 상인들이나 넘어지지 않은 시민들이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려고 손을 걷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소방대원들도 신고 접수 직후 현장에는 금세 도착했는데.
워낙 좁은 공간에 다수의 사상자가 겹겹이 쓰러져 있는 상황이라 시민들이 구급대원들을 도와 쓰러진 사람들의 팔이나 몸을 잡고 빼내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고요.
주변 식당에서도 테이블을 밀어놓고 의식을 잃고 호흡이 불안한 사람들을 눕힐 공간을 마련해 심폐소생술을 하기도 했습니다.
[질문5]당시 상황을 보시면 구조대가 앞쪽으로 접근을 하는데요. 이미 깔려버린 사람들을 빼내기가 쉽지가 않아 보입니다. 뒤쪽으로 돌아서 접근한다거나 하는 방식을 취했으면 어땠을까, 안타깝다는 분들이 많은데요?
[질문6]현재 수습 상황도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사상자들의 신원 정부 합동브리핑에선 90% 확인됐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조금 전 사망자 153명 중 외국인 25명을 포함해 150명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이 들어왔는데요.
사망자의 지문이나 소지품을 활용해 신원을 확인한 걸로 전해집니다.
신원이 파악된 사망자는 관할 경찰서에서 유족들에게 통보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질문7]아직도 실종자 신고, 늘고 있다면서요?
네. 오후 5시 기준, 한남동 주민센터와 다산콜센터 등에 접수된 실종자 신고는 4000건이 넘습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는 직접 실종자 방문 접수를 하려고 온 가족과 친구들의 발길도 잇따르고 있다는데요.
실종자 이름과 연락처, 인상착의 등을 알려놓고 경찰과 병원에서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 연락을 해 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질문8]교수님. 남은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결국 예방만이 답이라고 하셨습니다. 근본적으로 사람이 이렇게 밀집하지 않는 게 중요한데, 이미 이태원에 사람이 굉장히 밀집할 상황으로 예측이 됐죠? 이런 경우에 사전 통제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질문8-1]그럼 이번 참사 같은 경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었을까요?
[질문8-2]그런데 이태원 핼로윈 축제는 주최가 없었잖아요. 이런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해요?
맞습니다.
주최 측이 있었다면 안전관리를 소활히 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건인데요.
이번 사고는 주최자가 따로 있는 축제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불분명한 건 사실입니다.
다만, 10만 명이 운집할 거란 예상 보도 등이 나온 상황이라 경찰 등이 인력을 충분히 배치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고요.
용산구나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도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했는지도 살펴 볼 부분입니다.
[질문9]그래서 후진국형 재난이란 말까지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질문10] 이런 대형 참사가 벌어진 원인도 좀더 구체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어보이는데요.
경찰과 검찰은 비상체제에 돌입하고요.
경찰의 경우 서울청 수사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 본부를 꾸렸습니다.
경찰은 최초 사고 경위 파악에도 나섰는데요.
신고자와 목격자 진술, 주변 업소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고요.
CCTV와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 등도 확보해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습니다.
[질문10] 목격자 증언이나 제보영상, 보도하는 저희가 최대한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 자체로 굉장히 참혹한 장면이고 SNS로도 많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장에서 사건을 직접 겪은 분들도 많이 있고요. 트라우마 걱정되던데요?
실제 사고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도왔다는 시민들은 "지금도 손발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나온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태원 사고 목격자]
"일행 중에 한 명이 간호사였어서…심폐 소생을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이미 돌아가신 분이라고 해서 심폐소생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트라우마는 정신적·신체적으로 큰 충격을 준 사건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공포 증세인데요.
이런 참사를 겪으면, 당장은 괜찮아 보이더라도 수년 후에 발병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심리치료가 필요한 건데요.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오늘 성명을 내고 "유가족과 지인, 목격자, 사고대응인력 등 많은 국민의 큰 충격이 예상돼 대규모 정신건강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도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꼭 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심리적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전문가들의 도움을 꼭 받아보셔야겠습니다.
박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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