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설레는 마음으로 새 집으로 이사가는 날만 기다려온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한겨울에 거리로 나앉게 생겼습니다.
아파트 시공사가 고도 제한을 60cm 정도 어기는 바람에 사용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겁니다.
김승희 기자의 현장카메라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예정대로라면 입주가 한창일 김포의 한 아파트입니다.
하지만 썰렁하기만 한데요.
63cm 때문에 399세대의 입주가 막혔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입주를 축하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2일부터 입주 이사로 분주할 아파트 정문이 정체불명의 차량 2대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또 다른 진입로에도 승용차들이 겹겹이 세워져 원천봉쇄된 상태입니다.
[A 입주예정자]
"오늘 처음으로 입주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4가구가. 근데 그분들이 입주를 하셨는지 어떻게 됐는지 그분들도 입주를 못 하신 것 같고요."
사용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입주민들의 이삿짐이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시공사가 막아 놓은 겁니다.
[B 입주예정자]
"환장하는 거야. 지금 전입신고도 못 하고 그냥 주소도 없이 그냥 노숙자 신세가 되는 거 아니야 지금."
[C 입주예정자]
"편도 100km의 거리를 매일 출퇴근을 해야 되는 상황인 거예요. (입주 계획이) 무산된 것뿐만 아니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거니까."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이유는 아파트 높이 때문입니다.
김포공항에서 3.9km 떨어져 있는 이 아파트는 공항 반경 4km 이내 적용되는 고도제한 규정을 따라야 합니다.
이 아파트는 공항시설법에 따라 높이 57.86m까지만 지을 수 있는데요.
전체 8개 동 중 7개 동이 63~69cm를 초과했습니다.
3년여에 걸친 공사기간 동안 12차례 작성된 감리·준공 보고서에선 문제없다더니 지난달 25일 사용 검사에서 높이 규정을 어긴 게 드러난 겁니다.
입주 예정일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때였습니다.
[임효순 / 입주예정자]
"25일날 (공문이) 왔으면 우리한테 얼른 공지를 해야 되는데. 저희처럼 집을 비워주고 나가야 될 사람들이 가장 이제 다급한 문제야."
[아파트 건설 관계자]
"시공사 입장에서는 괜한 걱정을 조합원한테 끼치지 않고 스스로 풀어내려고 했던 그거예요."
시공사 측은 김포시청에 임시 사용 허가를 신청해 봤지만, 이마저도 실패했습니다.
김포시청은 도리어 앞서 시공사와 감리단이 낸 보고서 12건이 허위였다며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시공사는 석 달 안에 엘리베이터 타워 높이를 고쳐 고도제한에 맞추겠다고 하지만, 갈 곳 잃은 입주민들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김승희입니다.
PD : 김남준
AD : 김승규
작가 : 전다정
김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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