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임대 주택을 청약했다가 거리에 나앉게 생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SH만 믿고 계약했다가 대출을 받지 못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건데요, 행복주택이 불행주택이 돼버렸습니다.
현장카메라 김태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오는 30일 행복주택 입주가 예정된 서울 강남의 아파트입니다.
그런데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도 하지 못하고, 계약 취소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지난해 2월 준공된 아파트입니다.
61개 세대가 행복주택으로 지정돼 두 달 전 당첨자가 결정됐습니다.
행복주택은 서울시가 SH공사를 통해 공급하는 임대주택으로 주변 시세보다 최대 60~80%까지 저렴합니다.
그런데 계약을 마치고 전세 자금 대출을 받으려던 입주자들은 아파트가 1년 넘게 미등기 상태라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A씨 / 입주 예정자]
"미등기 1년 이상은 어떤 은행에서도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제2 금융권까지 모든 은행이 다 대출이 안 된다고요."
단지 내 유치원과 재건축 조합 간 토지 보상 관련 법적 분쟁으로 등기가 완료되지 않았던 겁니다.
[장준태 / 변호사]
"은행은 담보 설정을 해야 하는데, 등기부가 소유권을 표시하는 거잖아요. 공식적인 게 아무것도 없으면 (대출) 진행을 못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난해 입주한 일반 분양자들은 등기와 무관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행복주택 당첨자들은 '1년 이상 미등기' 규정에 걸려 대출이 막혀버린 상황.
정작 SH 공사는 이런 사실도 모른채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A씨 / 입주 예정자]
"(SH에서) '선생님, 저희라고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라고 저한테 되려 반문을 하시더라고요."
SH 측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합니다.
[SH공사 관계자]
"저희가 서울시 소유 임대주택 8만 호 정도를 공급하거든요. 소소하게 일어나는 것까지 추적해서 관리하지는 못하기 때문에요."
오는 9월까지 잔금을 치러야 하는 입주자들은 고금리 신용대출을 받거나 계약을 취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입주를 포기하면 앞으로 청약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B씨 / 입주 예정자]
"이거 토대로 결혼 승낙도 받았는데 막막하더라고요."
촘촘하지 못한 정책 탓에 행복주택은 불행주택이 돼버렸습니다.
현장 카메라, 김태우입니다.
PD 장동하
영상취재 김명철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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