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아파트 단지들이 외부인 출입을 막으면서 어린 아이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단지 전체를 담장으로 두르고 출입구를 걸어 잠그는 바람에 통학로가 막혀서 먼 길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등·하굣길 사고 위험도 적지 않습니다.
현장카메라, 염정원 기자입니다.
[기자]
은평구의 아파트 단지입니다.
현재 이 길을 사이에 두고 양 옆 아파트들이 이렇게 펜스를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습니다.
그런데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이 아파트의 담장이 설치된 건 이달 초.
비밀번호를 눌러야 출입이 가능합니다.
외부인 탓에 주거환경이 침해된다며, 특히 다른 단지 아이가 사고라도 나면 책임져야한다는 명분입니다.
주민이라도 다른 아파트에 사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A 아파트 관계자]
"아파트 안에서 만약에 사고 나면 누구 책임인지 아세요? 주민들이 감당해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주민이 피해를 보는 거예요."
이 아파트 보행로를 이용해 등교하던 옆 아파트 아이들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평지로 5분이면 가던 길을, 이젠 가파른 언덕길로 10분 이상 돌아가야 합니다.
[B 아파트 주민]
"어른들은 그렇다 쳐도 애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등교 시간만이라도 (출입을) 조금 허용을 해 주셨으면…"
몇년 전만 해도 이들 아파트 단지는 서로 보행로를 이용해 학교와 시장 등을 오갔습니다.
그런데 3년 전 B 아파트가 외부인의 쓰레기 투기 등을 문제삼아 담장을 친 게 화근이 됐습니다.
[아파트 관계자]
맞아요. 여기(B 아파트가)서 먼저 설치했어요. (그러니까 또 이제 A 아파트도 설치를?) 화풀이 하는거지.
또다른 아파트단지, 단지 보행로를 공공 보도로 쓴다는 조건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는데,
이걸 바꾸겠다며 관할 구청과 소송까지 벌였습니다.
인근 초등학교와 지하철역을 오가는 외부인들 때문에 주거환경이 나빠졌다는건데, 법원은 주민 손을 들어줬습니다.
5분이면 닿던 등굣길이 10분 이상 오르내려야 하는 언덕길로 바뀌었습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
"옆 아파트 분들도 저희는 똑같은 주민이시니까… 어쨌든 요건이 맞춰지면은 저희는 이제 (출입문 설치) 수리(허가)를 하게 되는"
[현장음]
"벌써(학교) 가? (네.) 빨리간다. 잘가. 뛰지말고."
등교 시간 아이들이 상가 건물안으로 줄줄이 들어갑니다.
평범한 건물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한 가운데에 보행로가 만들어져 있고, 옆에는 초등학교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습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건물주 부부가 10년 전 건물을 지으면서 내부에 보행로를 만든 겁니다.
등교 시간이 절반 이상 줄었고, 차 걱정도 덜었습니다.
[최나은 노예은 / 초등학생]
"안전하고 가까우니까 자꾸 이용하는 것 같아요. 지각하지 않으려면,이길로 가야 좀 더 빨리 갈 수 있어요."
보행로 공간에 세를 줘도 되지만, 아이들 안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김지연 / 건물주]
"10년 동안 돈이 얼마야 이렇게 따졌으면 아마 못했을 것 같아요. 1년 4계절이 행복해요. 애들이 지나가고 오고 인사하고…"
사람들이 오가는 길을 누구는 막고 누구는 열었습니다.
아이들이 웃으며 다니는 등굣길, 결국 어른들 배려에 달렸습니다.
현장카메라 염정원입니다.
영상취재: 김찬우 정승환
영상편집: 배시열
염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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