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말이 다가오면서 여러 좋은 공연들 많이 열리는데요.
표 끊을 엄두가 안 난다는 이야기들 많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표를 독식하는 암표상 때문인데요.
공정에 어긋나는 암표 행태, 현장카메라 백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가수 임영웅 씨 콘서트가 열리는 공연장 앞입니다.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로 긴 줄이 늘어섰는데요.
표 구하기가 어려워서 암표가 기승이라는데, 현장에서 팬들 이야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티셔츠부터 점퍼, 모자와 머리띠까지 하늘색으로 차려입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대부분 머리가 희끗한 중장년층으로 트롯 가수 임영웅 씨 팬들입니다.
부모를 모셔온 자녀들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이른바 '효도 텐트'에서 기다립니다.
[공민지 / 서울 강서구]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거를 처음 봤고…집이 원래 조용했거든요. 지금은 엄마 주무시기 전까지는 노랫소리가 계속 들려요."
하지만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유정순·여주환 / 서울 강남구]
"저희 아버지 직원분들도 다 도와줬는데 다 실패했어요. 갑자기 옆에서 (사위가) '어 됐다!' 해서…(몇 분이 동원이 되신 거예요?) 한 20~30명? 30~40명 정도?"
기자가 직접 온라인 예매를 해봤는데
[현장음]
"안 들어가지는데요? 어떡해?"
어렵게 접속해도 대기자만 10만 명.
결국, 순식간에 표가 매진됩니다.
[이현지 / 서울 서대문구]
"친구들 동기들한테 부탁을 해서 하나를 겨우 잡아서 보내드렸어요. (작년에 실패했는데) 암표가 너무 비싸서…."
스포츠 경기 입장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오후 2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예매 창이 열렸지만 30분 전부터 대기한 골수팬도 허탕만 쳤습니다.
[박재형 / 서울 동대문구]
"이럴 때는 그냥 기도하는 마음으로 허수가 껴 있길 바라면서. 3루 쪽도 못 가고 바로 외야를 노려야 될 것 같아요."
그런데 20여 분 뒤, 온라인에는 10만 원짜리 티켓을 150만 원에 되판다는 글이 올라옵니다.
[박재형 / 서울 동대문구]
"5장이면 총 750만 원에 파는 거네요. 1차전은 이제 집에서 열심히 응원해야죠."
이렇게까지 예매가 어려워진 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표를 독식하는 암표상들 때문입니다.
보통 5번 이상 클릭해야 결제창까지 이동하는데 자동 프로그램을 쓰면 단축키 2번이면 충분합니다.
단 0.1초 차이로 티켓 예매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경쟁이 될 리 없습니다.
암표상은 이렇게 싹쓸이한 표를 가장 비싸게는 최대 15배 가격에 되팔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 팬 사이에선 "매크로 안 쓰면 예매 못 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공공연하게 프로그램 쓰는 법이 공유되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암표를 파는 건 불법이지만 온라인에서 매크로로 표를 사고 파는 건 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습니다.
뒤늦게 공연법을 개정해 내년 3월부터 매크로를 활용한 티켓 재판매는 처벌키로 했지만 스포츠 경기는 대상에 빠져 있습니다.
팬심과 효심을 울리는 암표상들.
[박옥희 / 서울 강북구]
"마음고생 하고 힘들게 살면서 식당 일을 했는데…어떤 청년이 나와서 노래를 하는데, 나 지금 얘기했는데 눈물 나와요. 처음 그런 걸 느꼈어요. 올해도 나는 가고 싶은데 (표를 못 구해서) 한 번도 못 가."
연말까지 대형 이벤트가 줄 잇는 가운데 티켓 전쟁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현장카메라 백승연입니다.
PD : 장동하 윤순용
AD : 석동은
작가 : 전다정
백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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