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선고 64% 집행유예…"피해자 고려 없어"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불법 촬영 범죄는 피해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생채기를 남깁니다.
그렇다면 가해자들은 이에 합당한 처벌을 받고 있을까요.
연합뉴스TV 취재진이 관련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들의 판결문 100건을 직접 분석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가혹했습니다.
이어서 나경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4월, 성관계를 하면서 아무런 동의 없이 피해자를 불법 촬영한 한 남성.
재판부는 이 남성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다른 사례도 보겠습니다.
몰래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피해자 가족에게 보내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남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판결에 피해자의 고통이 고려된 걸까.
연합뉴스TV 취재진은 실제 어떤 선고가 내려지는지 살펴보기 위해 최근 판결문 100건을 분석했습니다.
징역형 집행유예 처분이 64건으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은 27건이었습니다.
가해자가 구속되지 않는 판결이 91%에 달했습니다.
징역형은 8건에 불과했는데, 불법 촬용 범죄만으로 징역이 내려진 건 단 2건이었습니다.
다른 6건은 강제추행, 성착취물 소지, 마약 등 다른 범죄가 얽혀있는 경우였습니다.
가장 많은 처분이 내려진 집행유예 선고, 재판부는 어떤 요인들을 고려해 판결했는지 알아봤습니다.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다'는 내용이 들어간 건 43건, 집행유예 판결문 67%에 포함됐습니다.
초범이라 선처했다는 의미인데, 문제는 불법 촬영 범죄는 한 번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불법 촬영으로 신상정보가 재등록된 64%가 과거 같은 범죄로 신상정보 등록이 돼 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판결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았는데 범죄자가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처벌이 미약하면 당연히 인간이기 때문에 범죄를 또 경우에 따라 저지를 수…"
'불법 촬영물이 유포된 정황이 없다'는 문구도 많았습니다.
26개의 판결문, 40%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유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재판부는 이를 피고인에 유리한 정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신적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의 심경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란 지적입니다.
"찍혀서 남아있다라는 게 굉장히 심각하죠. 언제든 그게 어떤 식으로든 배포될지 알 수 없는 거잖아요. 반포되지 않은 경우 굉장히 경미하게 처벌하는 건 잘못된 판단이 아닌가…"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불법 촬영 범죄.
지난달 인격권을 법률에 명문화한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불법 촬영 등에 대한 처벌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하지만 실제 법정에서 법조문에 얽매여 피해자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지못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제2, 제3의 피해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연합뉴스TV 나경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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