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하늘을 날며 자유를 느낄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
즐기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아찔한 사고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올 봄에도 패러글라이딩을 하던 남성이 달리는 차량과 부딪히기도 했죠.
5개월이 지난 지금은 달라진 게 있을까요.
이솔 기자가 사고 현장에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달리는 차량 옆으로 낙하산을 탄 사람이 날아듭니다.
차량과 충돌한 뒤, 도로 위를 나뒹굽니다.
지난 5월, 제주시 한림읍에서 패러글라이딩하던 60대 남성이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착륙장 주변 야구장과 전선 같은 구조물을 피하려다 벌어진 일입니다.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여전히 성업 중인 패러글라이딩장.
코스와 비용 설명 뒤 옷만 갈아입고 바로 활공장으로 향합니다.
바로 하늘로 날아오르는데 주변 풍경 감상도 잠시.
지상이 가까워지자 착륙 걱정부터 앞섭니다.
[현장음]
"저기 야구장 있는데 구나."
착륙장 바로 앞 도로엔 차들이 쉴 새 없이 달리고 있고 바로 뒤로는 야구장 울타리가 높다랗게 처져 있습니다.
돌풍도 수시로 불어 좁은 착륙장 안으로 떨어지는 게 생각처럼 쉽진 않습니다.
3년 전 야구장이 조성되면서 착륙장 면적이 기존보다 3분의 2로 줄었는데 그만큼 아찔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전선 주변으로 곡예비행을 펼치거나, 큰 차들이 달리는 도로 옆을 아슬아슬 지나갑니다.
아예 착륙장에서 벗어나 사유지인 밭에 불시착하기도 합니다.
인근 주민들은 항상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마을주민]
"농작물도 피해를 주고 그러죠. 이번에도 콩밭에 떨어져서 내가 그 주인한테 막 떨어졌다고 얘기하니까 '미안합니다' 하고 지나가면 끝이지. (집도 파손됐어요. 창고 지붕 위에.)"
[인근 마을주민]
"바로 우리 집 쪽에서 떨어져서 내가 혼쭐을 내려고 해도 그 사람이 실수한 거니까 조심하라고 보내고 한 적 있고. 여러 번 났지, 한 번도 아니고."
실제로 지난해 11월엔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내려오던 40대 여성이 야구장 그물에 걸렸다 소방대원에게 구조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1년에 만 명이 넘지만 잇단 사고에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활공 전 사고 발생 가능성과 위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는 서약서를 쓰게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외국인 체험객]
"(혹시 위에서 교육 받으셨어요?) 아니요. 그저 차 타고 올라가서 경사로에서 달리면 바로 하늘이에요."
제주 패러글라이딩 협회 측은 활공장을 옮겨갈 만한 대체부지를 찾기 쉽지 않다며 제주도 측에 야구장 울타리를 철거해 달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야구 이용객이 더 많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여기다 착륙장 주변은 계속 개발되며 구조물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일반 비행장과 달리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은 사유지 개발을 제한할 근거가 없습니다.
[제주시청 관계자]
"그 동네가 계속 뜨는 동네라서 야구장뿐만 아니고 옆에 개인 땅들이 있잖아요. 건물들이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거든요."
패러글라이딩협회와 지자체가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업체는 사고 위험을 뒤로하고 오늘도 관광객을 태우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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