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뉴욕서 만난 한일 정상…"30분간 약식회담"
[앵커]
미국 뉴욕 현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회담이 열렸습니다. '약식회담' 형태로 30분간 진행됐는데요. 2019년 12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형식을 갖춰 열린 정상간 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정치부 정주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대통령실이 정식회담이 아닌 약식회담으로 공지를 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기자]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와 약식회담을 갖고,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공지를 했습니다. 약식회담이 뭐냐 물었더니 "앉아서 30분 간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통역을 포함하면 30분이라는 시간은 비교적 짧은 시간인데요. 이 시간동안 의제를 상정하지 않고 양국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앵커]
한일관계가 지난 수년간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2년 9개월 동안 한일 간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성사된 이번 회담 의미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기자]
이번 회담은 말씀하신 것처럼 2년 9개월 만이고 또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처음입니다. 2019년 12월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만난게 마지막이었는데요. 그런 점에서 우선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양 정상의 만남은 이번 정부 들어서 양국이 한일관계 복원을 강조해오면서, 물밑채널을 통해 계속해서 조율해오던 중 성사됐습니다. 지난 6월 말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첫 만남이 이뤄졌고, 거의 5년 만에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하면서 조금씩 회담 개최 분위기가 무르익어왔습니다.
[앵커]
그런데도 이번 회담이 막판까지 열릴지 불투명한 상황이었지 않습니까? 어떻게 최종 합의된 건가요?
[기자]
대통령실 출입기자들도 마지막까지 회담이 개최될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일본 언론쪽에서 먼저 짧은시간 회담하는 쪽으로 최종 조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우리 시간으로 새벽 1시 25분 대통령실이 "한일정상회담이 시작됐다"고 한 줄로 공지하면서 한국 언론에는 비공개로 진행이 됐습니다. 시간과 방식 모두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는데요. 마지막까지 물밑에서 조율을 하다가 사후에 공지하는 방식으로 합의하고 진행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결국 회담이 어렵게 성사되기는 했지만 상당한 진통을 겪었는데요. 그 이유를 놓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먼저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했다고 발표한 건 우리 정부였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고 구체적인 시간을 조율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언론들도 이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했고요. 그런데 윤 대통령이 순방에 오르던 날부터 일본 언론에서는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측 발표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건데요. 이를 두고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낮다보니까 한일정상회담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자국 정치권과 여론을 살핀 것이다, 결국 일본의 정치적인 상황 탓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최대 관심사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 논의 여부였는데요. 진전이 있었습니까?
[기자]
양국이 회담을 조율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쟁점이 강제징용 배상문제 해결을 위해 어느정도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지였는데요. 어렵게 마주 앉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양국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사 문제를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양 정상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정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이어서 "외교 당국간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는 동시에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는데. 대통령실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결국 강제징용 배상문제 해법을 놓고 입장차를 크게 줄이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한일문제는 일괄타결 방식, '그랜드 바겐' 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도 이런 원칙을 유지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일 민간재원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자고 제안을 했는데 일본은 '신중론'을 폈습니다.
[앵커]
대북, 북핵 공조 등도 테이블 위에 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왔는데요.
[기자]
양국의 공통 관심사인 만큼 북핵과 같은 동북아 안보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과 협력 강화는 한일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입니다. 다만 북핵 문제 역시 짧은 회담에서 깊은 논의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통령실은 결과 브리핑에서 "핵무력 법제화,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북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이런 원칙을 재확인한 정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유엔총회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핵과 대량살상무기, 인권유린으로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에 우회적인 압박을 가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연설에서 납북·북핵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과 전제조건 없이 만날 의사가 있다고 직접적으로 발언했습니다.
[앵커]
한미정상회담 얘기도 해보겠습니다. 이 일정도 계속 변경이 되고 있는것 같은데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한미정상회담은 당초 무리없이 개최될 것으로 보였지만, 회담을 앞둔 어젯밤 대통령실은 한미정상회담 일정이 회동형식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갑작스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 참석, 그리고 이후 미국 국내 정치 일정으로 뉴욕이 아닌 워싱턴으로 이동하면서 뉴욕 외교일정이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한미 두 정상의 만남은 현지시간으로 21일 오후에 열릴 것으로 보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