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수의 요트 선착장에서 현장 실습을 하던 고3 학생이 참변을 당한지 아홉달이 흘렀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후에도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위험천만한 실습 환경을 바꿔야한단 목소리가 커졌지만, 관련 법안은 지금도 국회에서 외면받고 있습니다.
다시 간다, 남영주 기자입니다.
[기자]
여수시 요트 선착장,
홍성기 씨가 출근길에 들르는 곳입니다.
9개월 전 아들 정운 군은 이곳에서 현장 실습 중 목숨을 잃었습니다.
[홍성기 / 고 홍정운 군 아버지]
"절대 실습 내보내지 마시라고 부모들한테 얘기하고 다닙니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됐으니까."
특성화고 레저관광학과 3학년이었던 아들은,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떼려고 잠수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잠수 자격증도 없고 18세 미만이어서 해서는 안되는 작업이었지만, 업체 측 지시로 물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평소 수상 레저 활동을 좋아해 요트 사업을 하고 싶어했던 꿈 많은 아들이었습니다.
홍 군이 세상을 떠난 지 9개월이 지났는데요.
사고 현장인 이곳 요트 선착장에는 홍 군의 사진과 추모의 꽃다발이 남아 있습니다.
아들을 떠나 보낼 수 없어 홍 군 어머니가 가져다 둔 꽃입니다.
요트 운영업체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홍 군이 실습했던 요트는 사고 1년 가까이 되도록 방치돼 있습니다.
[다른 요트 업체 관계자]
"시에서 배를 빼라고 하고 있어요. 이미지 안 좋아진다고."
학교 측은 홍 군 사고 이후 현장 실습은 5인 이상 업체로만 보내고 안전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종이상자가 쌓여 있는 화훼 비닐하우스.
지난달 20일 한국농수산대 2학년생이 비료 배합기에 몸이 끼어 숨졌습니다.
역시 현장 실습 중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농장 관계자]
"(사고 이후에 비료 배합기계는 사용 중인 건지?) 잘 모르겠어요."
농장주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학생들은 예견된 사고였다고 말합니다.
[사망 실습생 지인]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실험실 안전교육 들으라고. (입학하고 나서 대면으로 안전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으신 거예요?) 네, 다 인터넷 통해서."
지난 4월 비닐하우스 파이프에 끼어 검지 손가락이 절단된 이 학교 실습생.
병원에서 봉합 수술 후 3주 휴식을 권했지만 일주일 만에 실습 현장에 복귀했습니다.
[부상 실습생]
"회복 기간 안 지키고 일을 계속 시켰습니다. 학점 받으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갑과 을의 관계가 되는…."
홍정운 군 사망을 계기로 지난 3월, 금지 작업 등을 강요한 업주에게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원구성 갈등으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유사 법안 포함 6개 법안 중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건 한 개도 없습니다.
[국회의원실 관계자]
"심사를 하려면 상임위가 열려야 하는데 원구성이 안돼서…"
어른들이 할 일을 미루는 사이, 목숨을 건 실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시 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권용석
남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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