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선 독재자 아들 출마에 어수선…당선 가능성도
[앵커]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세계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는데요.
다음달 9일 실시되는 필리핀 대통령 선거가 필리핀은 물론 주변국에선 관심입니다.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와 같은 이름을 쓰는 그의 아들이 출마했고 현재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고 복싱 영웅 파키아오가 출마했기 때문입니다.
김범수 특파원이 마닐라 현지 분위기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필리핀 민주화의 상징인 EDSA 도로에 세워진 '피플 파워' 기념 동상.
1986년 2월 '피플 파워'가 발생한 지 36년이 지난 가운데 시민혁명으로 해외로 망명했다 3년 만에 사망한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다시 소환되고 있습니다.
마르코스의 이름을 물려받은 아들이 다음달 9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기 때문입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은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2위와 30%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는 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이 뛰고 있습니다.
전·현직 대통령의 아들과 딸이 짝을 이룬 셈입니다.
경쟁 후보로는 인권변호사 출신의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가 눈에 띄지만 마르코스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입니다.
마르코스 지지자들은 아버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퇴진 이후 서민들의 생계가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하면서 마르코스 일가의 집권 당시 독재와 부정부패에 대한 반대진영의 비난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지도자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독재가 아니다. 마르코스 일가가 부패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없다."
21년 집권 동안 마르코스 전 대통령 일가가 부정 축재한 재산은 12조 원 상당으로 추산됩니다.
앞서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는 시민단체들이 과거 마르코스의 탈세 혐의 유죄 판결을 이유로 출마 자격을 박탈해달라며 제기한 청원을 잇달아 기각했습니다.
헤이메 나발 필리핀국립대 정치학부 교수는 마르코스의 지지율 배경으로 이른바 '왕조 정치'를 꼽았습니다.
마르코스 아들이라는 사실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밖에 젊은 유권자들은 마르코스 시대의 암울한 과거를 알지 못하는 데다 마르코스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저비용·고효율의 선거 마케팅 전략도 통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마르코스를 상대로 한 다른 경쟁 후보들의 일관된 비방전이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독재자의 아들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연합뉴스 김범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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