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몰카, 주거침입 아냐"…초원복집 판례 변경
[앵커]
식당 주인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영업주 승낙 하에 통상적 방법으로 출입했다면 죄가 안 된다고 본 건데요.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 판례가 26년 만에 바뀐 겁니다.
장효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5년, 화물운송업체 관계자 A씨와 B씨는 한 식당 방 안에 주인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회사에 불리한 기사를 쓴 기자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불러내 만일 부적절한 요구를 하면 촬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검찰은 주인이 촬영 사실을 알았다면 입장을 불허했을 것이라며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은 1997년 대법원의 '초원복집 사건' 판례를 들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초원복집 사건은, 14대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과 기관장들이 부산의 '초원복국'에 모여 김영삼 후보 당선을 위한 관권 선거를 모의한 사안입니다.
국민당 관계자들이 도청해 세간에 알려졌는데, 당시 대법원은 영업주가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 추정되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며 벌금형을 확정했습니다.
반면 2심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한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을 한 게 아니고, 불법행위도 아니라는 겁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주거침입죄 요건인 '거주자의 평온 상태'가 침해됐는지를 봐야 한다는 겁니다.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는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침입 행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설령 영업주가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더라도…"
26년 만에 판례가 변경된 순간.
남편 몰래 내연녀 집에 들어간 남성에게 무죄를 확정한 지난해에 이어 주거침입죄의 새로운 판단 기준을 대법원이 재차 확인했습니다.
연합뉴스TV 장효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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