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상황실] 대선 후보까지…저인망식 통신자료 조회, 사찰이냐 수사관행이냐
이제 대선이 69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대선 현장 상황 전해드리는 대선 상황실, 시작합니다.
키워드로 출발합니다. "사찰이냐 관행이냐"
오늘 대선 정국의 가장 뜨거운 이슈,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입니다.
국민의힘이 소속 의원들의 공수처 통신기록 조회 현황을 매일 업데이트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오늘 오전 9시 기준 84명입니다.
국민의힘 의원 80%를 조회한 겁니다.
공수처는 윤석열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 씨 통신자료도 조회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대구를 방문 중인 윤 후보는 아침부터 SNS에 "무릎을 꿇고 살기보다는 차라리 서서 죽겠다"는 결기에 찬 메시지를 올렸는데요.
"야당 대선 후보까지 사찰하는 '문재명' 집권 세력에 맞서 정권 교체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썼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선 '불법 선거 개입'이라며 비판 수위를 한층 높였습니다.
"아침에 보니까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 100여명이 참여하는 단톡방까지 다 털었더라고요. 이건 뭐 미친 짓이죠. 이건 전부 선거 개입이라고 봐야 됩니다. 단순한 사찰의 문제 아니고…부정선거를 지금 자행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비슷한 시간, 이재명 후보도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에 답했습니다.
"통신자료 조회는 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기초자료라서 공수처도 한 것으로 보이는데 법령에 의한 행위를 사찰이라고 할 수는 없을거 같고요. 윤석열 검찰도 (통신자료 조회를) 수십만 건 했지만 그건 누구도 사찰이라고 하진 않죠."
지나친 통신자료 조회는 경계해야 하지만, 공수처뿐 아니라 검찰도 통상적으로 해온 수사 관행이라는 겁니다.
사찰이냐, 관행이냐 팽팽하게 맞붙었는데, 여기서 용어를 정리하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논란이 된 '통신자료 조회'는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번호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것으로 휴대전화 가입자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이 제공됩니다.
윤석열 후보에 대한 자료 제공내역을 보면 이렇게, 공수처 요청으로 9월 8일과 23일 고객명, 주민번호 등을 제공했다고 돼 있죠.
수사기관이 영장을 발부받아 확보하는 통화 내역에는 상대방 전화번호만 뜹니다.
누구랑 통화한 건지 파악하기 위해 통신자료 조회를 하는 겁니다.
통신자료 조회엔 법원의 허가가 필요 없고, 이용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직접 통신사나 포털업체에 자신에 대한 자료 제공이 있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해야, 1년 치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저희 정당팀 기자들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조회해보니 야당 담당 기자들 위주로 공수처가 통신자료 조회를 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통신 조회도 야당에 쏠려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한 1년 6개월간 검찰이 282만6천여 건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면서 공수처보다 검찰 조회가 더 광범위하다고 반박에 나섰죠.
"지금 공수처가 문제라고 하는 게 (통신자료) 135건을 조회했다는 겁니다. 135건을 조회했다고 공수처 폐지 운운하시면 280만건 조회한 검찰은 공중 분해야해할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서 고발사주 의혹으로 김웅 의원이 (공수처) 조사를 받고 있어요. 그럼 김웅 의원이 사건 당시 누구랑 통화했는지 조사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과기정통부는 매년 두 차례, '통신자료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현황'을 보도자료로 발표하는데요, 이 통계에 근거한 얘기입니다.
마침 지난 24일 상반기 통계가 발표됐습니다.
검찰이 상반기 59만7천 건의 통신자료를 조회했고, 작년엔 상반기 100만3천 건, 하반기 83만8천 건의 조회가 있었습니다.
검찰이 1년 6개월간 280만 건을 조회했는데, 조직이 더 큰 경찰은 같은 기간 520만 건 가까이 조회한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통계만 보면 경찰 187만8천 건, 검찰 59만7천 건, 군 수사기관 등 기타 7만 건, 국정원 1만5천 건, 공수처 135건 총 256만 건으로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민주당은 135건 조회로 문제를 삼는다고 하지만, 공수처의 국회의원 통신자료 조회는 대부분 하반기에 이뤄졌기 때문에 하반기 조회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겁니다.
통신자료 조회에서 더 나아간 게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입니다.
이를 통해선 휴대전화 가입자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연락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들어가 있는 만큼 자료를 확보하려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고, 자료제공 사실을 반드시 본인에게 통지해줘야 합니다.
현재 논란이 되는 건 야당 정치인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는 아닙니다.
또 공수처가 통신자료를 남발하듯 조회했다고 해서, 곧장 특정인을 겨냥한 '사찰'로 단정 짓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입니다.
다만 언론인들이 이렇게 무더기로 조회된 건 이례적이고, 특히 '이성윤 황제조사'를 보도한 기자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조회한 건 수사권 남용 이나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비판 보도의 취재원을 색출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겁니다.
관행적인 수사 기법이라지만, 통신자료 조회 역시 기본권 침해와 남용 우려가 있기에 법원 통제를 받게 하거나, 적어도 사후에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하는 규정이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시민단체를 위주로 수년간 이어져 왔습니다.
"공수처가 과거 1960~70년대 유신 시절 중앙정보부와 비슷한 형태의 민간인 사찰을 갖다가…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인의 의사를 피력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누구보다도 통신자료 조회가 적법한 수사활동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께 말씀드립니다. 피해자도 아닌 분들이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사찰이냐, 관행이냐 공방만 이어가기보다는 이참에 여야가 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