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물난리' 섬진강 수해…보상·원인 조사 하세월
[앵커]
지난해 섬진강 일원도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는데요.
마을들이 잇따라 물에 잠기면서 수천 명이 집을 잃었습니다.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달하는데 피해 보상과 원인 조사는 하세월입니다.
김경인 기자가 섬진강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기록적인 물폭탄이 떨어진 지난해 8월.
전남 구례는 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삽시간에 물바다가 됐습니다.
주민들은 빗물과 강물 앞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열한 달. 여든셋 김보운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두 식구가 임시 주택에 간신히 몸을 뉘고 있습니다.
비좁은 탓에 냉장고는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수마가 휩쓸고 간 뒤 남은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유리창이고 뭐고 다 깨지고, 위에는 부서지고. (떠내려갔어요?) 속이 벌렁거려서 말을 못 하겠어요."
그날의 기억은 트라우마입니다.
"제발요. 제발. 비만 오려고 하면 걱정이 돼요. 비가 많이 떨어질 때 도랑이 넘실거리면 겁이 나."
구례에서는 30여 가구가 아직 이런 임시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내 살림이 다 없어져 버린 상황에서 보상해준다는데 아무 진척은 없고. 막막하죠."
전북 남원도 피해가 컸습니다.
지붕까지 들어찼던 강물의 흔적은 아직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홍수에 추억까지 사라졌습니다.
"애들 앨범, 애들 초등학교 다닐 때 일기장, 상장 그런 것 다 싸놨는데 물에 다 잠기니까…"
수해 직후 아예 마을을 떠난 사람도 있습니다.
빈집에는 수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집이 (물에 잠겨) 못 고치니까. 돈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그냥 갔어요."
최악의 물난리가 난 지 벌써 1년 가까이 돼가고 있는데요.
하지만 수해민들은 아직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섬진강댐의 무리한 방류 탓인지, 아니면 이 제방이 원래부터 약했던 탓인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6월 말까지 내놓겠다던 원인 조사 결과 발표는 또 미뤄졌습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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