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이 사라진 시대에 왜 '광부' 그림을 봐야 할까? / YTN

YTN news 202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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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석탄을 캐는 광부가 되어 그들의 삶을 그린 화가가 있습니다.

'막장'에서 몸소 경험한 삶이 켜켜이 기록돼 있는데요, 지금 우리 시대를 짚어보게 합니다.

김혜은 기자입니다.

[기자]
석탄 가루 뒤섞인 밥을 한술 뜨는 광부.

어두컴컴한 막장 속, 서로의 이마 위 랜턴이 남루한 식사를 비추는 유일한 빛입니다.

갱도 사고로 떠난 광부가 남긴 작업복.

구멍 나고 실밥 뜯어진 누추했던 삶이지만, 화가는 그의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올려놓았습니다.

1980년대 광부의 고된 삶을 그리는 관조자로만 남기 싫어, 아예 광부의 삶을 택했습니다.

[황재형 / 화가 : (광부를) 소재로 가져간다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 나는 진정한 작가가 못 되나 보다.]

건강 악화로 갱도를 나올 때까지 3년을 광부로 일했고, 줄곧 태백에 터를 잡았습니다.

태백 주민들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미용실 머리카락을 주워 작품에 녹이기 시작했고,

소리 없는 울음, 좌절, 그리고 생명력이 머리카락과 함께 살아났습니다.

[황재형 / 화가 : 인류의 마지막 옷이죠. 최초의 옷이자 마지막 옷인 머리카락. 인생을 녹음하는 녹음테이프와 같습니다.]

광산 시대가 저물면서 담은 풍경은 서정적이지만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우현정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원 : 경제적 가치에 의해서만 도시의 모습이 변모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광부는 모두 사라졌지만, 고된 노동자들이 여전한 지금, 그림 속 광부는 오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황재형 / 화가 : 제가 그분들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 미래를 향하고, 내일을 향하는 거지, 광부들은 저렇게 힘든가 보다 이런 차원이 아닌 거죠.]

YTN 김혜은[[email protecte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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