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여의도 흔드는 '초선의 힘'…찻잔 속 태풍? 물갈이 정풍?
[앵커]
4·7 재보선을 마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각자 당의 쇄신을 요구하며 세력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새 지도부 구성에도 초선들의 도전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여의도풍향계에선 여야 초선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집중 조명해봅니다.
방현덕 기자입니다.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초선이 당내 최대 그룹입니다.
정치 경륜이 짧고 모래알처럼 결속력도 그리 강하지 않은 집단이지만, 재보선 이후 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여야 양쪽에서 일제히 혁신의 주체를 자임하며 세력화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일단 민주당입니다.
초선 전원 명의로 재보선 참패에 대한 '반성문'을 써내며 쇄신 주도에 나섰습니다.
"어느새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이 돼 있었습니다…나만이 정의라고 고집하는 오만함이 민주당의 모습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애초 후보 공천도 해선 안 됐다는,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도 냈고, 앞으론 미진했던 소신 행보도 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다음 달 전당대회에도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정치 경력은 짧지만 '새 얼굴'을 앞세워 경쟁하겠다는 겁니다.
"이제 국회의원 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높은 국민의 기대를 받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쇄신을 바라는 초선의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의문과 고민이 있었으나 많은 동료의원들의 권유와…"
야권 상황도 보겠습니다.
지난해 총선 참패 후 계파색이 옅어진 국민의힘에선 초선들이 더 강한 발언권을 행사 중입니다.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초선 당대표론'까지 부상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국민의힘 초선들은 곧바로 자세를 낮췄습니다.
"저희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결코 우리 당이 잘해서 거둔 승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나아갈 길은 '영남·꼰대당' 탈피라며 자신들이 쇄신을 이끌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초선은 최고위원 출마를 통한 세대교체를 노리는데, 김웅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당대표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습니다.
정치 경력 1년 남짓 신인의 당권 도전은 보수정당으로선 그 자체가 파격입니다.
"당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초선의원들 중에 출마를 하겠다라고 했을 때, 우리 스스로도 거기에 매우 환영한다…"
당 밖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당내 최다선 중 한 명인 서병수 의원도 초선 대표론에 힘 싣고 있습니다.
이런 초선들의 움직임, 당장 새 지도부 선출에서 나아가 대선 정국까지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생각대로 흘러갈 수 있을까요?
기성 정치권,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민주당 20·30대 초선 의원들,
재보선 참패 원인으로 그동안 거론이 금기시돼온 '조국 사태'를 언급했다가 '초선 5적'이라는 낙인까지 찍히며 강성지지층의 격렬한 비난에 맞닥뜨렸습니다.
"전화도 사용하기가 좀 어려울 만큼 많이 오기는 하고 있습니다…저희가 반성하고자 했던 건 저희의 태도였습니다."
친문 강성지지층이 여전히 당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뿌리가 얕은 초선들, 운신의 폭이 크지 않습니다.
사실상 새로운 계파처럼 집단 행동하는 국민의힘 초선들에 대한 견제도 커지고 있습니다.
"초선의원들이 과연 5선부터 초선까지 있는 사람을 아우를 수 있느냐…그럴 바에야 삼성 회장 빼고 밑에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을 삼성 회장에 갖다 놓는 게 맞죠."
영남당 탈피 주장이 오히려 당의 주류 영남 중진과 당원들을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도부 입성엔 전당대회가 큰 산입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투표 때 당원 비율이 90%, 국민의힘도 70%에 달합니다.
조직력을 갖춘 다선이 절대 유리한 구조입니다.
초선들, 기존 질서를 흔들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양당의 쇄신 경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차기 대권을 앞두고 초선 개혁 세력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아낼지가 앞으로 중요한 정치적 과제가 될 것…"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이번 재보선에서 예상 밖 민심을 확인했습니다.
민주당이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여겼던 젊은 층이 돌아서며 비상이 걸렸고,
국민의힘은 반사 효과로 얻은 중도층 마음이 언제라도 떠나갈까 전전긍긍입니다.
양당 모두 그나마 정치권 물이 덜 든 초선들이 앞장서 개혁을 외치는 이유입니다.
이런 초선들의 '반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여의도를 흔드는 변혁의 시작점이 될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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