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민주당 '공천 강행' 카드 파장…달아오르는 재보선판
[앵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있을 보궐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공천작업을 위한 수순에 들어가면서 재보선 레이스의 서막이 올랐다는 관측입니다.
서울과 부산에선 각각 여야 인사들의 사실상의 출마 선언도 이어지는 양상인데요.
서울·부산시장 쟁탈전을 준비하는 여야의 움직임, 박현우 기자가 이번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천벌이 있을 지어다"
사극 혹은 무협소설에나 나올법한 이 대사가, 지난주 국회에서 울려퍼졌습니다.
민주당이 내년 있을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당헌을 바꿔서라도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남긴 한 줄 평이었습니다.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정진석 의원은 내년 선거를 '성추행 선거'로 명명하자면서 민주당의 행태를 비꼬았고 장제원 의원은 참 비겁하고 뻔뻔한 정당이라고 직격했습니다.
한 때 민주당에 몸 담기도 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공당으로서 창피한 노릇이죠. 자기네들이 당헌 당규에 정해놓은 것을 상황이 바뀌었다고 당원 투표를 통해서 공천자를 내겠다고 하는 것인데…"
제1야당뿐만이 아닙니다.
모처럼 야권이 하나로 뭉쳤습니다.
국민의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참으로 비루하고 가당치도 않은 토악질이라고 맹비난했고 피해자의 편에 서겠다면서 고 박원순 시장의 빈소에 조문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부끄러운 줄은 알아야 한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어찌보면 예견된 비판입니다.
민주당도 이같은 반발과 후폭풍을 어느 정도는 예상은 했을텐데요.
그럼에도 이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직접 들어보시죠.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게 됐습니다."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잘못으로 치르게 된 보궐선거인 만큼 선거에 나서 직접 시민들의 손으로 심판을 받겠다는 건데 '1년짜리 시장'을 뽑는 선거에 당헌까지 바꿔가며 이처럼 '무리수'로 비쳐지는 정면돌파 카드를 택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의 속사정도 실상은 복잡합니다.
후년 치러지게 될 대선 때문인데요.
대선을 꼭 1년 앞두고 치러질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국민의힘이 그 반사이익으로 '흐름'을 타게 된다면 재집권을 노리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때문에, 후년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전초전격으로 치러지는 재보선 선거 승리를 통해 총선 때 180석을 안겨준 민심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재집권을 위한 교두보를 쌓겠다는 게 민주당의 계산입니다.
상황이 이처럼 흘러가면서 민주당의 재보선 주자도 점차 윤곽이 잡혀가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박주민·우상호·박용진 의원과 박영선 중기부장관 꾸준히 거론돼 왔죠.
이 중 우상호 의원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경선에서 박 장관과 한 차례 맞붙기도 했던 우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어쨌든 당의 방침이 결정되면 그걸 전제로 하면 적극적으로 검토를 할 생각입니다. (당원 투표를 통해 '후보 낸다'라고 결론이 나면 출마하시겠다는 얘기입니다) 네. '적극적 검토'라고 해 주십시오."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것이란 분석인데 이를 시작으로 서울 시장에 도전하는 다른 주자들의 출마 선언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총선 때 지역구 기준 국민의힘에 약 9%p 뒤진 44%를 득표한 부산 지역 보궐선거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입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영춘 국회사무총장과 김해영 전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서울과 부산시장에 도전할 후보군으로 벌써부터 각각 10명 이상 거론되고 있습니다.
서울지역부터 살펴보면, 현역 중진의원들뿐만 아니라, 전 서울 시장과 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전 의원, 서울 내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 등 당 내 의미있는 인사들의 이름이 대거 포함돼있는데요.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했던가요.
'똘똘한 한방'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입니다.
내년 보궐선거를 꼭 1년 앞두고 치러졌던 총선에서 서울 내 지역구 기준 여당에 11%p, 66만표 이상 뒤졌던 결과를 뒤집을 '결정적 카드'가 없다는건데 당 안팎에선 때문에 일명 '택진이형'을 직접 찾아간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눈여겨 보는 분위기 입니다.
"기업과 관련해서 특별하게 물어볼 게 있으면 (김택진 대표를 추가로)만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외에 꼭 만나야 할 사안은 없는 것 같아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에 대해서는 우선은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되지만, 정치 경험, 연령대, 경력 불문, 누구에게나 국민의힘 후보 자리가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부산 지역에서는 10여명 정도가 몸을 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달 9일, 박민식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는 것을 시작으로, 중순 이진복 전 의원의 출마 선언 등 공식 출마 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거대 양당 위주로 선거 준비 상황 전해드렸는데 하지만 정작 내년 선거판을 흔들 인물은 두 정당 밖에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결심'에 따라 선거판이 요동칠 수 있다는 건데요.
현재는 두 인사 모두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잠룡 아닌 잠룡들'의 행보가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1차로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정한 뒤 다시 당 밖의 후보와 2차 경선을 치르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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