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기 피해자가 내연관계를 폭로하겠다며 보상을 요구하자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를 시도한 일당이 대법원에서 중형을 확정받았습니다.
애초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 도중에 피해자가 숨지면서 살인죄로 처벌받게 됐습니다.
조성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한 여성이 도로를 따라 걷다가 건널목에서 길을 가로지릅니다.
그 순간 맞은편에서 출발한 승용차가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이 여성을 들이받습니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피해자는 의식을 찾지 못했습니다.
범인은 피해자로부터 11억여 원을 투자받아 자기 명의로 땅을 산 부동산 중개업자 A 씨.
피해자가 실거래가보다 투자 규모가 부풀려진 걸 알아채고 A 씨에게 투자금 반환을 독촉하면서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둘 사이를 연결해 준 여성 B 씨와의 내연관계까지 폭로하겠다고 하자 A 씨는 교통사고로 꾸며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식물인간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평소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예행연습까지 하며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A 씨와 B 씨 외에 돈을 받고 운전대를 잡은 C 씨까지 범행에 가담했고, 피해자가 뇌사 상태에 빠지면서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재판을 함께 받은 A 씨와 C 씨는 징역 20년과 징역 18년을 각각 선고받았고,
B 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배심원 9명이 전부 유죄로 평결하면서 징역 10년형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는데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입원 치료를 받던 피해자가 숨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검찰은 살인미수가 아닌 살인 혐의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살인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책임 회피에만 급급할 뿐 잘못을 뉘우치지 않아 장기간 속죄하며 살아가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양형기준 등을 고려해 1심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들은 상고심까지 거치면서 줄곧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 역시 양형이 부당하지 않다며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YTN 조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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