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허술한 수사로 타살 가능성 있는 병사를 자폭 사망으로 서둘러 결론짓고, 총기 난사 사건 주범으로 몰고 갔던 일이 31년 만에 드러났습니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2020 조사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89년 사망한 유 모 상병은 당시 헌병대 수사 기록에 '총기 난사 후 수류탄 조폭 사망'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상규명위는 이 사건에 대한 진정을 받아 재조사한 뒤, 유 상병이 총기 난사 뒤 자폭한 게 아니라 타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진상규명위는 당시 헌병대가 유 상병의 총이 아닌 다른 생존자의 총만 발사됐다는 감정 결과를 수사에서 빠뜨렸고, 유 상병이 숨진 뒤 유족에게 시신을 공개하지 않고 서둘러 매장했다며, 수사 축소와 은폐·부실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상규명위는 출범 2돌을 맞아 개최한 조사활동 보고회에서, 유 상병 사례처럼 군 수사 축소·은폐 등으로 사인이 바뀌거나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 사례, 군 복무 관련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 등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1948년 11월 30일부터 2018년 9월 13일 사이 발생한 군 사망사건 가운데, 유가족 등이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신청한 천6백여 건 가운데 지금까지 450건 조사가 끝났습니다.
진상규명위는 이 가운데 군의 당시 조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223건은 국방부와 경찰청, 법무부 등에 순직 재심사와 제도 개선, 사망보상금 지급을 통한 구제 요청을 권고했습니다.
진상규명위는 나머지 사건들도 사전조사와 본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특별법상 위원회 활동 기간이 내년 9월까지라며, 법 개정으로 충분한 조사 활동이 보장되도록 국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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