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키워드] 먹는 것, 자는 것, 보고 싶은 것
먹는 것, 아픈 것, 그리고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지명을 받은 직후 첫 일성으로 했던 말입니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 새롭게 통일부 장관을 맡게 된 만큼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이번 주 한반도 키워드 '먹는 것, 아픈 것, 보고 싶은 것'입니다.
청문회에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먹는 거, 아픈 거,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거, 통칭해서 인도적 교류와 관련한 영역에 있어서는 워킹그룹에서 이야기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정책을 추진해도 된다, 이런 생각이고요."
먹는 것은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에 쌀을 비롯한 농산물 지원을, 아픈 것은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평양종합병원 건립에 맞춘 의료 지원을, 그리고 죽기 전 보고 싶은 것은 이산가족 상봉을 말합니다.
유엔제재를 피할 수 있는 인도적 지원은 남북관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풀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겁니다.
이와 함께 이 내정자는 남북 간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교역의 방법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금강산과 백두산의 물, 그리고 대동강의 술, 이런 것과 우리의 쌀, 약품, 이런 것들을 물건 대 물건, 현물 대 현물로 교역해보는…"
현금 지급이 아닌 물물교환 방식인데, 이를 통해 새로운 상상력으로 대북제재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처럼 이인영 장관 내정자는 꽉 막혔던, 그래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초강수를 뒀던 북한과의 관계를 풀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남북관계의 복원을 꼽았습니다. 남북관계에서 통일부가 중심이 되도록 확고한 위상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는데요. 청문회에서 '대담한 변화'를 다짐했습니다.
"'북미의 시간'을 이제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기 위해서 주도적으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시도하겠습니다."
4선의 중진 국회의원으로 외교통일위원회와 정보위원회를 두루 거친 이 내정자. 추진력과 실행력을 갖춘 정치인 출신의 통일부 장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었고, 이제 그 자리에 오르려 합니다.
더욱이 그와 호흡을 맞출 파트너로, 임종석 외교안보특보가 함께 합니다.
전국대학생연합 1기 의장 출신인 그와 젊은 시절 함께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임종석 특보와의 관계는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을 통해 남북관계에 반전을 꾀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의지로 보이는데요.
북한 역시 새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두 사람에게 거는 기대도 많다" "두 사람 다 한미워킹그룹 문제에 비판적"이라는 남측 인터넷 매체의 표현을 인용해 보도한 건데요.
공식 반응은 아니지만 북한이 우회적으로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한미워킹그룹 등 한미동맹을 우선하는 기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압박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내정자의 다음 발언은 결국 북한과 미국을 향한 속내로 읽힙니다.
"살펴보니까 (한미워킹그룹이) 부분적으로 효율적인, 제재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이런 기능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완전히 다 부정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그러나 제재 영역이 아니라고 할 수있는 특히 인도적 협력분야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추진해도 되는거 아니냐 이런 생각합니다."
이 내정자는 당면한 가장 민감한 사안인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는데요.
"북한의 반응을 염두에 두고 한미 훈련 문제에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해 남북관계 개선의 동력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규모를 축소한다거나 이런 유연성을 발휘하면 또 그 유연성의 정도로 맞춰서 북은 반응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러 언제든지 방북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습니다.
"제가 특사가 되어서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저는 백번이라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좀처럼 전환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이 내정자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한반도 키워드, 오늘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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