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32년 악연' 이해찬·김종인…시작은 협치 강조

연합뉴스TV 202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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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32년 악연' 이해찬·김종인…시작은 협치 강조

[앵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두 거대 여야를 이끄는 수장들은 32년간 질긴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정치적 갈림길마다 마주친 이들의 인연, 혹은 악연을 이준흠 기자가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지난주, 이해찬, 김종인 두 사람의 만남이 화제였습니다.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 출범 이후 첫 회동이었는데요.

서로 웃는 낯으로 만났지만,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4년 전에는 민주당 비대위를 이끌었던 김종인 위원장, 이번에는 옷을 갈아입고 통합당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했습니다.

"4년 전에는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었거든요. 이번에 찾아오니까 기분이 상당히 참 이상한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서로를 추켜세우면서도 원 구성 협상 등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비대위원장을 맡으셨으니까 좀 새로운 모습을…더군다나 여러 경험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기존과는 많이 다른, 저희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께서 7선의, 의회에 가장 관록이 많으신 분이니까 과거의 경험을 보셔가지고 빨리 정상적인 개원이 될 수 있도록 협력을 해주십시오."

이 두 거물급 정치인은 악연으로 불릴 만큼 질긴 인연으로 유명한데요.

두 사람의 첫 만남,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36살 운동권 스타이자 정치 신인 이해찬.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의 손자이자, 집권 여당의 재선 의원 48살 김종인.

두 사람은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관악을에서 맞붙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보였지만, 예상을 깨고 이해찬 대표가 31.1%를 득표해 27.1%에 그친 김종인 위원장을 꺾었습니다.

7선 의원에 장관, 총리, 당 대표까지, 대통령 빼고 안 해본 게 없는 정치인 이해찬이 첫발을 떼는 순간이었습니다.

비례대표로만 5선 고지에 오른 김 위원장의 처음이자 마지막 지역구 도전이 정치 신인에 덜미를 잡힌 것입니다.

이후 서로 다른 정치의 길로 향한 두 사람은 4년 전인 20대 총선 직전 다시 만났습니다.

서로 합을 겨룬 맞수였지만,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한배에 탄 입장이 됐습니다.

총선을 약 석 달 앞두고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당권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넘겼습니다.

국민의당 분당 사태로 흔들리던 당 수습을 위해 구원 투수 역할을 맡긴 것입니다.

하지만 1988년 선거 때 앙금이 남은 걸까요.

김종인 위원장은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위해 새로운 후보 띄우기에 나섰고, 급기야 친노 좌장인 이해찬 대표를 공천에서 떨어뜨렸습니다.

단단히 뿔이 난 이해찬 대표,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하기에 이릅니다.

"도덕성이나 경쟁력이나 의정활동에서 아무런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무적 판단이라는,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공천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그런 이유를 나한테 물어보지 말아요. 정무적 판단을 어떻게 내가 언론에 대고 이야기를 해요. 정무적 판단은 정무적 판단으로 끝나는 거지."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 입장에서 당황스러운 일은, 이해찬 대표가 무소속으로 당선돼 살아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셀프 공천'으로 노욕을 부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김 위원장은 결국 경제민주화 의지에 실망을 느꼈다며 당을 떠났고,

그로부터 1년 반 뒤,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당 대표로 선출되며 둘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이후 김종인 위원장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당을 바꿔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이해찬 대표의 압승, 이대로 두 사람의 질긴 인연도 막을 내리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통합당이 총선 패배 수습의 적임자로 다시 한번 김종인 위원장을 선택했습니다.

두 사람은 돌고 돌아 이번에는 당 대표 자격으로 마주하게 됐습니다.

이제 막 상견례를 마쳤을 뿐이긴 하지만,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힘을 보태겠다고 했습니다.

당·정·청이 추진 중인 3차 추경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협조하겠다는 의사도 밝혔습니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잘 작동이 되가지고서 이 사태를 빨리 극복할 수 있게 정부의 노력에 저희도 적극 협력할 테니까…"

총선 승리 이후 초거대 여당의 '오만 경계령'을 내린 이해찬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것 역시 야당과의 소통입니다.

"기본적인 법은 지켜가면서 협의할 것은 협의하고, 그렇게 해나가면 불필요한 (과정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거든요."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싸고 여야가 처음부터 삐걱대고 있지만, 21대 국회 초석을 다지는 작업은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두 사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각각 오는 8월, 내년 4월 임기를 끝으로 두 사람은 정치 최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수십 년의 질긴 악연은 묻어 두고, 여야를 새로운 협치의 연으로 이끌 두 대표의 리더십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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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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