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엄마 근무환경 탓 태아 질병 산재" 첫 판결
[앵커]
엄마의 근로 환경으로 태아에게 선천성 질병이 발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습니다.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입니다.
백길현 기자입니다.
[기자]
제주의료원 간호사인 A씨 등 4명은 모두 2009년에 임신해 이듬해 출산했습니다.
하지만 출산의 기쁨도 잠시, 아이들은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제주의료원 간호사 중 A씨 등을 포함해 2009년에 15명이 임신했는데, 다른 5명은 유산했습니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는 6명에 불과했습니다.
A씨 등은 임신 초기 유해한 요소에 노출돼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 인정과 함께 요양급여를 청구했습니다.
공단 측이 이를 거부하자, 이들은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간호사들의 승소,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여성 근로자가 업무상 입은 재해로 질병을 가진 아이를 낳았더라도 이는 어머니의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어머니에게는 요양급여를 받을 권리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를 이유로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본성상 단일체'로서 여성 근로자와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태아의 건강손상이나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는지에 관한 첫 판례로, 간호사들은 10년 만에 위안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연합뉴스TV 백길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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